150926 : 꿀벌 : 이건 그저 그런 알오물이 아닌 알파알파물 (가제)
백현은 클럽 Alpha store의 탑 클래스 알파였다. 백현은 어딜 가나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았고 스스로 그 시선들을 즐겼다. 클럽 안의 모든 오메가는 백현과 함께 성관계를 맺기를 바랐으며, 그렇기에 백현을 앞에 둔 오메가끼리의 싸움은 치열했다. 때때로 백현은 자신을 두고 벌이는 오메가끼리의 경쟁을 즐겼다.
백현은 본래부터 군림하던 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 백현은 자신을 두고 벌이는 오메가끼리의 경쟁을 부추기기도 했다. 오메가들에게 있어서 백현과의 하룻밤은 누구나 꿈꾸는 것이었으나 그것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경쟁에서 이긴 오메가는 백현과 팔짱을 끼고 클럽을 나갔다. 자신에게 집중되는 이목을 즐기며 알파로서의 자신을 뽐내는 것이 백현이 취미였다. 백현에게는 그럴만한 외모도, 능력도, 돈도 다 받쳐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클럽 Alpha store의 모든 이들이 백현의 군림이 오래도록 지속될 줄 알았다. 새로운 알파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새로운 알파 즉, 찬열은 어느 날 갑자기 클럽 Alpha store에 등장했다. 키도 크고 잘생겼으며 집안, 능력, 돈 어느 것 하나 빠짐없는 찬열이 클럽의 탑 클래스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그 때까지만 해도 백현은 찬열과 함께 클럽 Alpha store의 탑 클래스로 양대 산맥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찬열에 비해 꿀리는 것이라고는 키 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백현을 갖기 위해 경쟁을 하던 오메가들이 찬열에게로 쏠리면서 백현은 어느새 뒷전이 되어있었다. 찬열과 함께 하룻밤이라도 보내기 위해 오메가들은 찬열의 앞에 끊이지 않았고 찬열에게 자신을 어필했다.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백현은 급기야 퇴물 취급까지 당했다.
그리고 클럽에서 처음으로 찬열과 함께 성관계를 맺은 오메가가 그에 대해 이렇게 말을 남기며 찬열의 인기는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몸짓은 다정하게, 입은 거칠게]
백현이 찬열이라면 몸서리치게 싫어하는 이유였다.
이건 그저 그런 알오물이 아닌 알파알파물 (가제)
w.꿀벌
갑자기 잘만 찾아오던 브리드 사이클이 끊겼다. 폭주기 이후로 한 달에 한 번씩 규칙적으로 찾아왔던 사이클이라 달력의 날짜를 꼽아보던 백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괜히 찝찝하게끔 오던 것도 안 오고 지랄이야. 다른 건 몰라도 지 몸은 대쪽같이 챙기는 백현은 혹여 제 몸에 이상증상이 생긴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지랄 같은 제 성격 때문에 호르몬도 지랄 났다보다 하고 생각을 할 텐데, 이번에는 그리 가볍게 만 여길 수 없는 이유가 있던 탓이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머릿속에서 지우기로 했던 일이었는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수록 물꼬가 튼 듯 그 날의 기억이 이어졌다. 그 상념들을 쫓으려 백현은 괜스레 고개를 휘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완벽한 것을 추구하는 백현의 성격에 이렇게 흐지부지 브리드 사이클을 넘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고, 조심을 해서 나쁠 필요는 없지. 가볍게 외투를 챙겨 입은 백현의 발걸음이 향한 것은 내분비내과였다.
“저희 병원은 처음이신가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변백현이요.”
카운터에서 간호사를 통해 접수를 하고 대기실 쇼파에 앉은 백현이 병원 안을 둘러보았다. 연인으로 보이는 두 남자가 같이 병원에 온 경우도 있었고, 백현처럼 혼자 온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 중에는 배가 부풀어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제야 자신이 찾은 내분비내과가 산부인과를 겸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백현의 표정이 굳어졌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리는 백현의 눈에 카운터에 설치된 경고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임신의 가능성이 있으신 분들은 진료 전 미리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임신의 가능성이라…. 뒷목이 뻐근해져왔다. 그리고 백현이 더 생각에 잠기기 전, 진료실에서 나온 간호사가 백현의 이름을 불렀다. 그 부름에 백현이 대답을 하며 진료실 안으로 들어섰다. 진료실 안의 책상에서 PC를 바라보던 의사는 진료실 안으로 들어오는 백현을 보고 미소로 맞이했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죠?”
“아… 브리드 사이클이 안 와서요, 그동안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거든요.”
“오래 되었나요?”
“아니요, 이번 달만 건너 뛰었습니다.”
백현의 이야기를 받아 적던 의사가 백현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예민하신 분이거나 최근 스트레스가 늘은 분이라면 한 달 정도는 브리드 사이클이 건너뛰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병원에 와야겠다는 생각을 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그냥, 제가 건강염려증이 좀 있어서요.”
“흠. 알겠습니다. 혹시 임신의 가능성은 없으신가요?”
“확실치는 않지만 10% 미만입니다.”
백현의 대답에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가벼운 혈액검사를 시행하도록 하죠. 의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백현이 나가도 좋다는 말에 간호사를 따라 진료실을 나왔다. 의사를 만나고 나니 마음이 좀 안정이 된 느낌이었다. 의사의 표정도 좋고, 뭐 큰일은 아니겠다 싶었다. 잠시 진료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백현은 간호사의 부름에 따라 처치실로 들어가 혈액검사를 마쳤다. 혈액검사의 결과는 일주일 뒤에나 확인 가능하다는 설명에 일주일 뒤로 병원의 예약을 잡고 병원을 나선 백현은 그 뒤로 건강에 대한 걱정을 잊었다. 의사의 말대로 그저 예민해졌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찾은 병원에서 백현은 뜻밖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음, 이제 8개월 하고 2주 정도 남으셨군요.”
검사 결과를 확인하던 의사가 내뱉는 날짜들에 백현은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생각보다 심각한 병인건지, 앞으로 살날이 8개월밖에 안 남았다는 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던 백현은 망연자실했다. 아직 마음의 준비도 못 했는데 8개월이라니? 8개월밖에 안 남았다니? 8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표정이 굳어져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백현을 보며 의사는 백현을 진료실 안의 간이침대로 안내했다.
“자, 누워 보세요. 초음파를 보여드릴게요.”
자신의 몸속에 있는 병…을 초음파로 보여준다는 것일까. 백현이 한숨을 내쉬며 간이 침대로 가서 누웠다. 잠시 웃옷을 올리고 바지 버클을 풀어달라는 의사의 말에 백현은 얌전히 시키는 대로 했다. 이상함을 느낄 겨를 같은 것은 없었다. 패닉상태였기 때문이다. 의사는 초음파 기계에 물컹물컹한 젤리를 잔뜩 바르고 백현의 아랫배 위로 기계를 가져다댔다. 그리고 아랫배를 꾹꾹 누르며 기계를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계와 연결된 모니터에는 검은 바탕에 흰색과 회색의 조합이 물결치기 시작했다.
“아직은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심장도 아직은 뛰지 않고요.”
“심장도… 뛰는 병입니까?”
“병이라니요, 큼. 아직은 아기집과 조그마한 핵일 뿐입니다. 아마 이주일 뒤에 다시 오시면 심장이 뛰게 될 겁니다.”
“아기집…이요?”
아기집이라니, 패닉상태였던 백현이 정신을 차리고 되묻는 질문에 의사는 의아해하며 대답했다.
“아, 모르셨습니까? 변백현씨는 임신 6주째이십니다.”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그 뒤로 백현이 고래고래 난리를 친 것은 병원에 유명하게 퍼진 일화 중 하나였다. 자신의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백현은 그럴 리가 없다며 의사를 향해 돌팔이 아니냐고 소리를 질렀고 의사는 백현에게 초음파를 보여주며 이 아기집이 보이지 않느냐고 대답했다. 저게 아기집인지 똥집인지 내가 알게 뭐야? 아니, 그보다 임신 확률이 10%도 되지 않는 우성알파인 내가 임신이라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야, 어? 임신을 임신이라 인정하지 못하는 백현을 향해 의사는 어디서 박히고 와서 나에게 지랄이냐고 외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백현의 질문에 대답했다.
‘상대가 러트 기간이었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우성 알파이더라도 임신 확률이 50%까지 올라가거든요.’
그리고 백현은 그대로 병원에서 내쫓겨야 했다.
집으로 돌아온 백현은 모든 일에 의욕을 잃고 집에 가만히 들어박혀 누워 있어야 했다. 백현의 손에는 의사가 들려준 초음파 사진이 쥐어져있었다. 집에 가서 차분히 아기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의사의 말에 백현은 인상을 찌푸렸더랬다. 차분히 생각은 무슨, 멘붕이 와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고만. 손에 만져지는 초음파 사진을 만지작거리던 백현은 다시금 초음파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지금은 심장도 뛰지 않는다는 아기는 아직 조그마한 흰색 점일 뿐이었다.
“이 점이 크고 커서 아기가 된다는 거지, 지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 차고 코가 차는 상황이었다. 아기의 아빠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답이 나왔다. 여태껏 백현이 깔렸던 적이라고는 단 한 번뿐이었고, 물론 딱 한 달 전쯤이었다. 백현으로서는 너무나 수치스러워서 잊고 싶었던 기억이었고, 그래서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클럽 Alpha store를 찾지 않았다. 근데 왜 하필이면 그 날의 그 한 번의 섹스가 임신이 되었던 것일까.
그러고 보니 그날의 그는 조금 이상했다. 그때에는 그저 술이 많이 취해서 그렇게 흥분하며 달려 들었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그 때의 그는 러트 기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백현 또한 술에 먹혀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아니 반항은커녕 오히려 백현 또한 좋아서 그를 끌어안고 그와 질펀하게 섹스를 했다. 그것은 술에 취했으나 필름이 끊기지 않는 백현의 머릿속 한 구석에 또렷이 각인되어 있었다.
“너는 왜… 나한테 왔어.”
백현이 한숨을 내쉬며 초음파 사진에게 말을 걸었지만, 물론 초음파 사진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날부터 백현은 아기를 지워야 하나하는 문제로 고민을 해야 했다. 한 번도 생각을 해본 적이 없던 임신이었고 준비되지 않은 아기였다. 알파로서 아기를 낳는 것도 자신이 없었다. 처음 겪는 임신이라는 과정과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비밀에 백현은 우울해하고 불안해했다. 한 번은 자신이 왜 이렇게 임신으로 고민을 해야 하나, 어차피 아기 아빠인 그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임신이라면 아기에게 정 들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아기를 지워버리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가도 자신의 손에 들린 초음파 사진을 보고 나면 아기에게 미안해지는 마음을 느꼈다. 이런 게 바로 임신 우울증이라는 건가.
한숨을 푹푹 내쉬며 일주일 만에 다시 병원을 찾은 백현은 조금 불안해하는 모습이었고, 의사는 백현의 상태를 알아보았다. 의사는 백현을 향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고, 조용히 간이 침대에 누운 백현에게 초음파를 시행했다. 그리고.
[슉- 슉- 슉-]
조용한 진료실에 빠른 기계소리가 울렸다. 비록 이질적인 소리였지만, 백현은 자신의 몸 안에서 그 소리와 똑같이 박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기의 심장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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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내용은 아직 없습니다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