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107 : 푸른사자 : 냉동인간 썰 2부
* 트위터에서 풀었던 내용인지라 오탈자 및 반말체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 폭풍 클리셰 주의
* 기본 소재는 KBS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그녀가 돌아왔다’에서 차용했음을 알려드립니다.
* 극중 모든 것들은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순도 100%짜리 허구입니다.
찬열이 그렇게 된 후 아주 긴 시간이 흘렀어. 찬열의 아버지가 백발이 성한 노인이 될 정도의 시간이었지. 그 시간들 속에서도 찬열이는 여전히 늙지도 않고 꽁꽁 얼어있었어.
그러던 중 그의 아버지는 성큼 다가온 자신의 죽음을 깨닫게 되지. 그래서 어느 날. 자신의 오랜 친구에게 부탁해서 그의 병원에 찬열이를 맡겨. 그리고 얼마 가지 못해 아들 걱정 속에서 숨을 거두지. 그렇게 찬열이가 알던 이들이 하나 둘 씩 세상을 떠나감에도 찬열이는 여전히 잠들어있지.
그 동안 그의 주치의도 많이 바뀌었어. 그러다 백현에게까지 배정이가지. 아 이름이 비슷해서 혹시 헷갈릴까 말해두는데 이 백현이는 과거의 현이와는 다른 인물이야. 현이라는 외자이름을 가진 미술학도가 아닌 백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의사였지. 배정받고 처음 잠든 그를 보았을 때 백현이는 감탄해. 그렇게 잘생긴 사람은 처음 봤거든. 그리고 그런 생각도 해보지. 내가 주치의인 동안에 깨어났으면 좋겠다. 사실 보호자도 없고, 본인도 의식이 없는 환자라 그에게 신경이나 관심을 제대로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어. 모두들 건성이었지. 백현이는 언제나 그게 마음에 걸렸고. 그러다 보니 생긴 바람이었지.
하지만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찬열이는 백현이가 주치의가 되고도 3년 동안 계속 잠들어있어. 그래도 백현이는 매일매일 찾아가서 상태점검하고, 말도 걸어보고 하지. 그러다 하루는 집에 일이 생겨서 동료한테 상태 좀 체크해달라고 부탁하고 병원을 나서는데 이 동료가 건성으로 체크하다가 실수로 기계를 잘못 만진 거야. 하지만 이 동료는 제가 뭘 잘못했는지도 몰라.
그리고 그대로 해동이 진행되지. 아주 조용히.
그로부터 며칠 후. 찬열이가 깨어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주 조용히. 깨어났을 때 찬열이는 어리둥절해. 병실인 것 같기는 한데 자기한테 익숙한 모습이 아니니까. 그런데 찬열이가 있던 곳은 달력이나 라디오, 티비 이런 게 없어서 아직 찬열이는 자기가 얼마나 많이 자고 일어났는지는 몰라. 그냥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에 꽤 오랫동안 의식이 없었나부다 하는 거지.
찬열이는 일단 병실 밖으로 나서려 발을 땅에 디뎌. 그리고 곧바로 제자리에 넘어지지. 근육이 다 사라지거나 굳었거든.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고 있었어. 혼자서는 일어서기조차 힘들어 주변에 의사나 간호사를 호출할 수 있는 게 없나 둘러보지만 그조차 없자 주변을 짚거나 움켜쥐면서 찬열은 간신히 병실 밖을 나서.
이제 코너 하나만 돌면 데스크(?)야. 벽을 짚고 도는 순간 무릎이 꺾여. 그리고 그대로 주저앉지. 그러며 꽤나 큰 소리가 났어. 그에 데스크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건 당연한 일이었지. 찬열이가 벽과 무릎을 짚고 주저앉아 있는 동안 흰 가운을 입은 누군가가 빠르게 뛰어 왔어. 그러곤 그를 부축했지.
찬열 : 감사합니다.
찬열이가 감사 인사를 하며 그의 팔뚝을 붙잡았어. 그리고 둘의 눈이 마주쳤지.
찬열 : 현아?
그 누군가는 과거의 그의 연인과 똑 닮아있었어. 찬열이는 순간 상황이 잘 이해가 안 되었어. 왜 현이가 의사 가운을 입고 있는 걸까. 그리고 당혹스러운 건 상대도 마찬가지였지. 그 상대는 찬열이의 주치의 백현이었거든. 매일 얼굴을 봤으니 지금 제 앞에 남자가 누구인지 쯤은 쉽게 알아볼 수 있었어. 그런데 이 남자는 지금 냉동 상태여야 하잖아. 나름대로 긴급한 상황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백현으로써도 머리가 하얗게 질릴 만큼 당혹스러운 상황이었지.
백현 : 음, 애칭으로 현이라는 이름이 쓰이기도 하는데 저는 환자분께서 찾으시는 분과 다른 사람인 것 같은데요.
머리가 하얗게 질리니까 말은 꼬이고, 백현이는 머리를 박박 긁어.
찬열 : 그러면
너는 누구시냐는 표정으로 보는 찬열이에게 백현이가 소개를 해.
현 : 저는 환자분 담당의 변 백현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기 가운에 박혀 있는 이름 석 자를 보여주지. 찬열이는 그걸 확인하고 머리를 짚어. 확실히 다른 사람이잖아. 제 현이는 외자였는데 제 앞에 있는 의사는 외자가 아니니까. 그런데 얼굴은 똑 닮았고.
백현 : 맏 백에 어질 현 자를 쓰죠.
찬열 : 아, 네.
진땀 흘리면서도 활짝 웃으며 최대한 나긋나긋하고, 친절하게 대하려는 백현이를 보며 찬열이도 일단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그러자 백현이도 일단 한시름 놓지. 그러며 찬열이를 일으켜 세우려해. 찬열이 크게 휘청거렸어. 그러자 백현이 휠체어를 가지고 오려했지만 찬열이가 손을 저어. 그리고 벽을 짚으며 걸음을 옮기려하자 백현이가 냉큼 와서 부축했어.
둘이 어정쩡한 걸음으로 병실에 도착하고, 백현이는 찬열이를 베드에 앉혀. 그러자 깨진 무릎이 보였지. 백현이가 그걸 보자마자 허둥지둥 밖으로 달려 나갔어. 찬열이 말릴 틈도 없이 말이야. 돌아오는 그의 손에는 한가득 무언가가 들려있었어.
백현 : 오른 다리 쭉 뻗어 봐요
백현이가 간이 의자를 베드 쪽으로 당겨 찬열의 바로 앞쪽에 앉았어. 그리고 찬열의 오른 다리를 들어서 제 무릎 위에 올렸지.
백현 : 상처 치료. 해야죠.
백현이가 찬열이의 종아리 옆쪽에 묶여 있는 매듭을 풀었어. 찬열은 당황해서 어버버했지만 백현은 거기에 신경 쓰지 않고 제 할일에만 열정이었지. 백현이가 어느새 피가 말라 굳은 상처 부위를 소독약으로 닦아냈어.
백현 : 되게 잘 참내요. 소독약 차갑고 따가워서 앓는 소리 내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찬열 : 병원에서 하는 모든 게 다 익숙하거든요.
잔잔히 웃는 찬열이에 백현이는 아아 거리며 어색하게 웃다 다시 고개를 숙여 처치에 집중했어. 그러는 사이 찬열은 백현의 얼굴을 구경했지. 정말 닮았거든
백현 : 근데 저랑 닮은 분은 누구세요? 보호자 이름이랑 다르던데
찬열 : 애인이요.
백현 : 잘생긴 애인을 두셨네요.
백현의 너스레에 찬열이 웃었어.
찬열 : 그런데 확실히 다른 사람이긴 한가보네요.
백현 : 네?
찬열 : 내 애인은 점이 없는데
찬열이가 자신의 검지를 쭉 뻗어 백현의 얼굴 가에 가져다댔어. 백현의 두 눈이 그 쪽으로 쏠렸지. 찬열이가 약간 상체를 숙였어. 두 사람 간격이 좁아졌지. 백현의 얼굴이 붉어졌어.
찬열 : 선생님은 여기 점이 있으시네요.
찬열이 검지 끝으로 백현의 입술에 있는 작은 점을 콕 하고 찔렀어. 그리고 마주친 시선에 웃어주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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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분량이 짧으다고 느끼셨다면...정답이십니다. 아하하하하항.
+) 사실 극중 찬열이처럼 단지 기기 오작동으로 깨어나는 거나, 일어나자마자 저렇게 움직이는 건 아마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겁니다. 요론 부분들은 모두 감안하시며 읽어주시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