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212 : 푸른사자 : a.k.a 해품달 썰 과거시점 2부
* 트위터에서 풀었던 썰인지라 오탈자 및 반말체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 본 썰은 소설 및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설정 등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 열이는 훤+양명, 현이는 연우+염 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그 외 무속트릭 등이 동일하게 등장하니 불쾌하신 분들은 뒤로 가주시면 감사드립니다.
* 근본 따위 없는 어휘 등....양해 부탁드립니다8ㅅ8
a.k.a 해품달 썰 과거시점 2부
W. 푸른사자
* 1부에서 세계관 설명이 빠져서 그 부분 추가합니다.
1. 세계는 큰 바다로 둘러싸인 하나의 초대륙 판게아로 이루어져 있으며 판게아의 정중앙에는 사막이 존재해 쉽사리 건너편 지역으로 건너갈 수 없습니다.
2. 판게아에는 사막을 중심으로 5개의 국가가 존재합니다.
3. 판게아의 중심인 사막은 중립지역입니다. 그곳은 월이라는 상단이 지킵니다.
4. 월은 조그마한 왕국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규모가 크며 그들에게는 면책특권이 주어져 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이들은 중립지역을 지키는 것의 대가로 판게아 전체의 상권을 쥐고 있습니다.
5. 월의 대방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국가를 떠돌며 시찰합니다. 승계는 대방들만의 표식을 전승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며 보통 전대 대방을 죽임으로써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은 일인지라 승계는 몇 십년에 한 번씩 이루어집니다. 대방이 자연사하면 상단의 수뇌부들이 투표로 다음 대방을 선출하기도 합니다.
6. 대방들은 원칙적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며 신분이 노출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방이 되는 순간 원래의 이름을 버리게 됩니다. 또한 얼굴을 본 자는 상단의 사람이든 아니든 발설 할 수 없게 조치가 되며 대부분 죽음으로 몰립니다. 이에 관해서는 월과 5국가가 체결한 조약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7. 대방의 호칭은 대방들이 각자 정한 칭호를 대방 앞에 붙이는 것으로 통용됩니다. 간혹 대방 대신 객주라는 호칭으로 불리길 원하는 자들도 있습니다.(ex. 유대방, 청객주)
8. 대방들은 원할 때 각국의 왕들과 독대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왕들은 거절의 의사를 비출 수는 있지만 대방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 완전히 거절 할 수는 없습니다. 왕의 의식이 없는 경우 왕의 좌우가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건 하에 대방은 왕을 볼 수 있습니다.
9. 찬열은 5개의 국가 중 연국의 왕자입니다. 연국은 학문과 무사의 나라로 유명하여 연국의 무사들은 용병국인 서국의 용병들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예와 자기보호가 최우선입니다. 연국의 느낌은 고려 + 조선 초반 정도로 떠올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백현은 뭐라뭐라 급박하게 소리치고 전각 밖으로 후다닥 나가버렸어. 그리고 그 모습을 밖에서 본 김내관은 찬열에게 이제 들어도 되겠는지 물었어. 안에서 끊어질 듯 미약하게 들라고 말하는 찬열의 목소리가 들렸지. 그에 들어온 김내관은 서안에 한쪽 팔꿈치를 세운 채 그곳에 얼굴을 파묻고 어깨를 들썩이는 찬열을 보고 화들짝 놀랐어.
후다닥 다가가 찬열이에게 무슨 말을 고하려하는 순간 찬열이가 고개를 들었어. 찬열의 눈꼬리에는 눈물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려있었지. 그리고 찬열을 오랫동안 모셔온 김내관은 그게 그건 슬퍼서가 아니라 너무 웃는 덕분에 난 눈물이라는 것쯤은 금방 알아챌 수 있었어.
열 : 김내관
김 : 예?
열 : 너무 귀엽지 않은가
김내관은 왕자가 별안간 제게 무슨 말을 한 건지 이해치 못하고 되물을 뻔했어. 하지만 곧 자신이 나가기 전까지 둘이 나누던 이야기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전각을 뛰쳐나가던 백현이 떠오르며 찬열이 무슨 말을 하는지 눈치챘지. 그리고 곧 미소 지었어. 사실 찬열의 처소에 있는 내관과 궁녀들이라면 그렇게 눈치가 없는 자만 아니라면 누구나 둘 사이의 이상기류쯤은 눈치채고 있었어. 다만 저희는 어린 왕자님께서 어쩌시던 지켜만 봐야하는 인장들인지라 고개 숙이고 있었을 뿐.
열 : 김내관.
김 : 예. 마마.
열 : 아무래도 내가 공자를...은애하는 모양이다.
김 : 설마 그걸 지금 깨달으신겁니까?
김내관이 놀리는 것이 역역한 억양으로 놀란 듯 묻자 찬열은 고개가 벌게져 뭐라뭐라하다 곧 풀이 죽어버렸어.
열 : 그런데 김내관
김 : 예 마마
열 : 공자도....나를 은애할까?
김내관으로써는 함부로 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어. 제가 보기에 그 질문의 답은 그렇다였지만 백현의 마음은 백현만이 확실시 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함부로 말했다가 찬열이가 마음을 다칠 수도 있다는 것도 입을 함부로 열지 못하게 만들었어. 그리하여 저만 경을 맞고 끝난다면 괜찮지만, 찬열의 마음이 다치는 것 그것이 싫었거든, 김내관은.
김 : 방금 전에 붉게 물들었던 그 얼굴을 보지 못하신게옵니까.
김내관이 애둘러 대답했어.
열 : 단순이 놀라거나 창피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 않느냐
찬열이는 이제 지하 깊숙이까지 파고 들어갈 기세였어.
김 : 헌데 아까 안에서 난 소리는 무엇이옵니까.
김내관은 그 모습을 보다 못해 냉큼 화제를 돌렸어. 그러자 찬열의 기분도 금세 좋아졌지.
열 : 아, 공자가 내가 귀엽다하여 내 너무 신이 난 나머지
김 : 예?
김내관이 너무 놀란 나머지 감히 왕자의 말을 끊었어. 김내관이 기억하는 백현은 누군가 찬열에게 귀엽다하면 예를 들먹이며 일장연설을 하면 했지 귀엽다 할 사람은 아니었거든. 얼마나 놀랐으면 왕자의 말을 끊은 것도 깨닫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지.
열 : 네가 생각해도 의외의 일이 아니더냐. 혹시 변공자도 내게 마음이 있는 게 아닐까.
아까 전까지만 해도 지하로만 향하던 찬열의 마음이 한순간에 다시 의망으로 부풀었어.
열 : 네 생각은 어떠하냐.
찬열의 채근에 김내관이 어물쩡 입을 열었어.
김 : 소신의 생각에도 그렇지 않을까 하고 사료되옵니다.
그에 찬열이 더 신이 나 종알거리려는 걸 김내관이 말을 이음으로써 막았어.
김 : 허나
열 : 허나?
김 : 공자께서 정확히 어떤 마음이시고, 그 마음을 어찌 받아들이실지는 알 수 없으니
열 : 없으니?
김 : 조금 더 지켜보심이 좋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옆에 조용히 앉아만 있던 최상궁도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어. 찬열이도 그들의 충언을 받아들이기로 했고 말이야. 그래도 저보다야 인생 경험이 배로 낫지 않은 생각으로 말이야. 사실 그들은 신분상 지금 제 문제에는 그리 좋은 조언자가 되지 못한다는 것도 새까맣게 잊고 말이야.
어쨌든 찬열이는 한동안 꾹참고 은애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해. 그에 어리둥절해진건 백현이였어. 왕자의 태도가 한순간에 변한 게 그날 제가 도망치듯 처소를 빠져나와 그에 마음이 상해서인가 싶어 걱정도 되고 말이야. 그런데 주변 상궁이나 내관을 붙잡고 넌지시 물어도 다들 그저 웃기만 하지 모르겠다 답하니 백현으로써는 그저 답답해 할 수 밖에 없었지.
백현은 곧 그것이 예전에 첫째 형님이 우연히 저잣거리에서 지금의 형수님을 보고 한순간에 반해 한동안 토로하던 마음알이와도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어. 사실 백현이도 찬열이 연모라는 말을 입에 올리자마자 찬열을 향한 제 마음이 연모일지도 모른다 그리 생각은 했었어. 다만 상대가 상대이다보니 함부로 확신할 수 없었지. 그런데 이 일로 확신하게 된 거야.
제가 왕자를 은애하고 있구나 하고 말이지.
백현은 어찌할까 고민하기 시작했어. 여태까지의 찬열이 보인 반응을 생각해보면 분명 찬열도 제게 마음이 잇는 것 같기는 했어. 하지만 연모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과 그것을 현실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차이가 큰 법이니까. 거기다 신분상의 것도 있고 둘 다 사내(법적으로 사내사이의 혼인도 허하여짐. 다만 그런 결합은 자손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후손이 중요한 왕가에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음.)인지라 사실 현실적으로 힘든 일인데. 최근에 달라진 찬열의 반응까지 겹쳐져 백현은 지레 겁먹고 포기해버려.
그리고 이런 마음을 품고 곁에 남아있는 것은 불충이라 생각해 이제 입궁을 그만둬야겠다 생각하지. 최근에 아버지나 형님도 대놓고 뭐라 하지는 않았어도 슬슬 입궁을 그만두길 바라고 있는 모습이었거든.
그런 백현의 마음도 모르고 찬열은 혼자 애달파함 김내관을 비롯하여 제 처소의 내관과 상궁들을 들들 볶았어. 언제까지 지켜보기만 해야하냐며 말이야. 그 귀여운 들볶임에 그들은 진땀을 흘리며 그저 고개를 조아리고 허허 웃을 수 밖에 없었어.
그런 상황 속에서 슬슬 찬열의 혼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어. 이제 나이가 어느 정도 되었으니 혼례를 시켜 궐에서 내보내야 하지 않겠냐는 거야. 그러며 공주의 혼례 이야기도 나오는데 궐에서는 찬열의 혼례를 먼저 치루고 곧바로 공주의 혼례를 치루기로 결정하지 그러며 대비는 어느 집 처자를 찬열에게 -물론 간택은 삼간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지만-점지어줘야 하는 지 고민해. 현왕에게 찬열이 위험으로 느껴질 정도로 권력이 강한 가문이어서도 안되었고, 권력욕이 강한 가문이어도 안되었으며, 대군의 정실 부인의 가문이라는 이름에 맞게 너무 한미한 가문이어도 안됐지.
찬열은 급작스럽게 내려진 금혼령에 공주가 결혼하나 했다 자신의 혼례가 먼저라는 소리에 식겁해서 어쩔줄 몰라했어. 그러다 불현 듯 뭇엇이 떠오른 것인지 김내관에게 누가 될 것 같은지 물었어. 그러자 김내관은 한참 말을 못하다 참하고 어여쁘신 낭자가 되지 않겠냐 말했어. 그에 찬열은 신경질적으로 보료를 걷어차버렸어.
열 : 가자.
김 : 어디를 말씀이십니까.
김내관이 불길함이 깃든 눈으로 찬열을 올려다보았어. 하지만 찬열은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나서려 했지.
열 : 어마마마께 가자.
김 : 아니되시옵니다!
김내관이 자리에 납작 업드렸어.
김 : 마마께서 나서시는 게 정치한답시고 관복입고 돌아다니는 것들에게 얼마나 좋은 먹잇감이 될지 정녕 모르신단 말씀이십니까!
열 : 그래서 가자는 것이다.
김 : 예?
열 : 변공자야말로 내게 제일 좋은 선택이지 않느냐. 하지만 어마마마께서는 생각지도 못할 선택지이실테니 내가 가겠다는 것이다.
김내관이 망설였어.
열 : 변공자의 가문은 권력에 근접해있는 가문도 아니며, 권력을 탐할 자들도 아니고, 왕가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한미하지도 않다. 또한 변공자는 사내이니라. 수태가 불가한 몸이란 말이다. 그러니 안으로는 현재 공주밖에 없는 형님께 그 무엇보다 덜 위협적인 결합이 될 것이고, 밖으로는 법령으로는 분명히 허하고 있다하나 천시하는 경향이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사내간의 결합을 왕실이 나서 보임으로써 모법을 보이는 결합이 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가는 것은 사사로이 내 감정을 쫓는 것이 아니라 연국의 대군으로써의 선택이란 말이다.
마치 번개가 치듯 말을 내뱉어내는 찬열을 바라만 보던 김내관은 잠시 고민하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몸을 한 편으로 옮겼어.
김 : 채비하겠습니다.
찬열이 한 발자국 옮겼어. 그 때 김내관이 뒤에서 말을 덧붙였지.
김 : 단 마마께서는 대비마마의 석수라를 확인하는 효를 행하기 위해 가시는 것이옵니다.
김내관의 말에 찬열이 고개를 끄덕였어. 그제야 김내관이 주변에 눈짓을 했지. 갈 채비를 하라는 의미로 말이야. 그들은 서둘러 대비전으로 향하기 시작했어. 마침 대비는 차를 손수 내리고 있었지. 대비가 찬열에게 한 잔 내밀었어. 평소라면 특유의 쓴 맛에 질색하며 요리조리 빠져나갔을 찬열이었지만 오늘은 대비를 구야삶아야 했으므로 두 눈 질끈 감고 찔끔찔끔 마셨지. 그 모습을 보고 대비는 단박에 제 아들이 제게 부탁할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래서 오래간만에 아들과 친밀히 나눌 이야기가 있다며 주위를 보두 물렀지.
평소에도 종종 있는 일이라 모두들 별 의심없이 물러났어. 그리고 다들 어느정도 떨어지자 찬열에게 나지막히 물어 혹시 부부인 간택문제 때문에 그러냐고 혹시 생각해둔 사람이 있는 게냐고 말이야. 하지만 찬열이 막상 입을 열려했을 때는 그 입을 먼저 봉해버렸어. 지금 왕은 왕위계승이 가능한 왕자가 없는 상황인지라 찬열은 존재 자체로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어. 그런데 그런 대군이 자신의 부인마저 직접 선택하려든다는 애기가 퍼지기라도 해봐.
선택된 이가 누구더라도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위험하다며 찬열을 사지로 몰려고들 위험이 놀았어. 그래서 입을 다물라는 것이었지. 찬열이도 태어나부터 궐 안에서만 살아왔던지라 대비가 왜 제 입을 봉하려는 건지 금방 눈치챘어. 그래서 입을 달싹이며 찻잔만 더 꼭 쥐었지.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던 대비는 다 마셨으면 가보라는 말만 하고 더 이상의 대화는 없다는 듯 아예 상체를 다른 쪽으로 틀어버렸지. 찬열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어. 그리고 문가에 다가섰을 때 대비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고도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지.
대 : 그 자가 사주단자를 내도록 미리 말씀해두셔야 할 겝니다.
찬열이 놀라 돌아보았지만 대비는 여전히 먼 곳을 보고 있었어.
원래 국법이 정한 제외사유가 있는 처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사주단자를 보냇어야 했어. 하지만 동성간의 혼인도 허하여지며 그 부분이 문제가 되자 선대왕께서는 사주단자를 보내는 건 각 가문의 선택으로 만들어버렸지. 하지만 왕실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이전처럼 거의 대부분이 단자를 보내왔어. 다만 동성들은 후손을 볼 수 없다보니 간택되는 경우도 없었어서 사주단자를 보내는 일은 거의 없었지.
한 마디로 대비의 말은 찬열이 원하는 자가 사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어.
대 : 이름이 백..현 이라고 했든가요.
대비가 거기까지만 말하고 나가보라는 듯 눈짓을 했어. 그제야 찬열은 다시 인사를 하고 대비전을 나설 수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