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219 : 사색실 : 과거 연인이었던 탑배우 찬백
과거 연인이었던 탑배우 찬백
: 사색실
(트위터에서 푼 썰이라 오탈자 있고, 반말입니다 8ㅅ8 내용이 매끄럽지 않을 수 있어요ㅜㅜ)
잠정적 은퇴 선언했던 백123현, 영화 촬영으로 5년만에 컴백!
- sns로 근황 알려, 개봉은 내년 가을 쯤.
아역부터 연예계 생활을 했던 현이는 유학을 결정하며 은퇴를 하겠다고 했었음.
아이디만 만들어놓고 쓰지 않던 sns에 셀카를 올리며 자신이 지금 한국이며, 영화 촬영을 하고 있다고 알려줌. 지켜보던 팬들 모두 입틀막과 오열중. 5년이나 지나 서른 초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어려보이는 모습을 하고 나타남.
드라마도 찍었다하면 시청률 보장되고, 영화도 찍었다 하면 흥행에 성공해서 믿고 보는 변백현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탑중에 탑이었는데 역시나 컴백 소식과 동시에 기사가 미친듯이 쏟아짐. 그리고 그런 기사를 통해서 현이를 보는 사람이 있었음.
다름 아닌 열이었음. 두 사람과 회사에 최측근이 아니면 두 사람의 사이를 전혀 알 수가 없었는데, 둘은 연인사이였음. 현이가 외국으로 갔던 이유도 두 사람이 동거 후 헤어졌기 때문이었음.
매일 바쁜 스케줄도 지치고, 5년의 연애 1년의 동거 후 열이를 볼 자신도 없었던 현이는 유학을 핑계로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었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였음. 다시 돌아가면 열이랑 마주칠 것이 분명하지만 신경 쓰지 않기로 생각했음. 다만 걸리는 게 있다면 지금 옆에서 곤히 잠든 딸이었음. (요거 임신육아물임당..) 달님이한테는 미안하지만 현이는 자신을 삼촌이라 부르게 했음. 제대로 안아주지 못하고 누나가 키우다시피 했는데 얼마전 사고로 누나까지 잃고 다시 바쁘게 살아야겠다 싶은 마음에 컴백을 결정하게 된 거였음. 현이는 단순하게 생각함. 옛 연인은 연인이고, 지금은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한거였음. 그렇게 열이와는 마주치더라도 한참이나 지나야 마주칠 줄 알았던 현이는 뜻밖의 상황에 당황하게 됨.
같이 출연하는 주연배우가 사고가 나는 바람에 배우가 교체된 것. 다름 아닌 열이었음. 두 사람의 일을 대부분 모르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였음. 컴백 결정하고 고른 첫 작품인데 못하겠다고 날뛰기도 그렇고 현이는 많이 난감했음. 그래서 열이가 영화를 거절했으면 했지만 열이는 거절하지 않음. 난감한 상황에 현이는 영화를 포기하려고 하지만 그러다간 컴백 전부터 구설수에 오른다며 둘 사이를 알던 매니저가 뜯어말림. 무슨 생각으로 영화를 찍겠다고 했는지 알 길이 없는 현이는 그냥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함. 이미 아주 작은 분량이지만 원래 배우가 찍었던 분량이 있어 영화를 늦춰야 하는지 고민하는 찰나에 열이쪽에서 먼저 제안을 했다는 소문도 들림. 현이는 불안하지만 다시 재촬영을 시작함.
부딪히는 장면이 많이 없어 일주일 후나 되어서야 만날 수가 있었음. 촬영장에 도착해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키가 큰 남자가 현이 앞에 섰음. 열이었음.
"선배님?"
5년 전과 전혀 바뀐 게 없는 열이가 현이 앞에 서 있었음. 물론 시간이 지난 만큼 더 분위기가 생겼음. 아무 말 없이 얼굴을 보면 다시 열이가 싱긋 웃어버림.
"공백기가 있었어도, 선배님이신데. 제가 인사는 먼저 해야겠죠?"
어딘가 날이 서 있는 열이의 말에 현이 표정이 굳어버림.
"그래요 박찬열씨, 열심히 해 봅시다."
사실 두 사람이 좋게 헤어진 건 아니었음. 권태기랄 것도 없이 서로 너무 바빠 살짝 소홀해진 틈을 타 각자 열애설이 터졌었음. 작은 일이 크게 번져 헤어지게 되었는데 현이는 달님이도 낳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그때 일은 그냥 철없을 적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음. 반면 열이는 아직도 그 일이 못내 아쉽고 놓친 현이를 잡고 싶고 또 반대로 자신이 이렇게까지 좋아하는데 그런 말이 나오는 게 맞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음. 이 짜증과 당황스러움은 열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현이에게 화살이 돌아가서 싸우다 헤어지게 되었던 것. 이상하게 공개연애는 부담스럽다는 현이의 말에도 의심하기 시작하며 꼬투리를 잡아버렸음. 5년이 지난 지금도 현이를 좋아하는 열이는 만나면 다정하게 말을 건넬것이라 다짐하지만 막상 얼굴을 마주하니 말이 엇나가고 말았음. 한참 비꼬는 말투로 말을 하다가 돌아서서는 자신을 자책함.
둘 다 주인공에 감정적으로 대립해야 하는 씬이 많음. 얼굴 보자마자 날을 세우는 열이를 보며 현이도 마음이 편치 않음. 솔직히 부딪히지 않았으면 했는데 촬영 때마다 마주하게 되니 모른척 넘어가자던 현이도 짜증이 남.
오늘은 촬영 전까지 둘다 모른척 그냥 있었는데 현이가 엔지를 많이 내게됨. 열이도 슬슬 지침. 아무래도 주먹이 오고 가는 씬이라 육체적으로 좀 피곤했음. 현이가 여러 번 엔지를 내고나니 열이가 비꼬기 시작함
"그렇게 비실비실해서 무슨 영화를 찍는다고.."
그 말을 듣고도 현이는 그냥 무시했음. 언성 높여봤자 좋은것도 없을 뿐더러 자신 때문에 피곤 할수도 있으니 일단 참음. 하지만 열이가 자꾸 혼잣말을 빙자한 비꼼을 시전함.
"차라리 ㅇㅇ씨(여자)역할 하라 그러지 뭘 할줄 안다고.."
열이 말을 듣던 현이가 점점 빡치기 시작함. 오래 만났으니 성격을 알면서도 일부러 현이가 반응하도록 궁시렁거림. 역시나 열이 말을 듣고 화난 현이가 열이 앞으로 가서 얼굴에 주먹을 꽂아버림. 주위에 있던 사람 모두 놀람+경악으로 두 사람을 쳐다봄.
"씨발 너 말 다했냐?"
주먹이 꽤 매움. 맞은 얼굴 만지면서 열이가 현이를 노려봄
"뭘봐, 시발 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만만해?"
"그럼 제대로 하던가"
열이도 지지 않고 대꾸함.
"안 해. 너랑은 안 할 거야"
현이가 그대로 촬영장을 벗어나 가버렸음.
현이가 가버리고 촬영장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기만 해. 지금 이 상황이 제일 당황스러운 건 감독임. 하필 오늘 기자들이 몇 와서 사진도 찍고 기사도 쓰기로 했는데 두 사람 싸우는 걸 다 봐버림. 첫 캐스팅한 배우도 사고로 교체됐는데 지금 배우간 불화설까지 나버리면 어떻게 수습할 방법이 없음. 표정이 굳어가는 감독 눈치를 보던 열이가 한숨을 쉬더니 자기 차로 돌아가.
"너 뭐하냐?"
매니저가 와서 열이한테 말해보지만 묵묵부답. 그래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이냐. 열이도 자꾸 생각과 다르게 엇나가는 자신이 한심하기까지 해. 너답지 않게 왜 자꾸 현이씨만 보면 그러냐고 매니저가 타이르면 열이도 머리론 이해가 가는데 마음이 머리처럼 되질 않아. 자신도 답답한지 한숨만 푹푹 쉬어.
결국 배우들이 모두 촬영장을 이탈하는 바람에 촬영은 취소가되고 기사도 나버려.
오랜만의 컴백이라 현이도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음. 그런데 왜 하필 여기 끼어서 자꾸 망치려드는지 짜증이 나. 말도 없이 집으로 오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더 있으면 더 심하게 난리쳤을지도 모른다고 애써 위안중이야. 힘없이 집으로 들어오니 언제 유치원에서 왔는지 달님이가 현이에게 쪼르르 달려와 안겨.
"삼쪼온!"
안긴 달님이를 현이가 더 꽉 안아줘
"우리 달님이 벌써 왔네~"
달님이 앞에서 힘든 내색을 할수가 없어 애써 웃었어. 그리고 달님이 얼굴을 자세히 봐. 사실 누나가 아닌 자신의 아이잖아. 평소엔 자신(누나)과 닮았어도 달님이 웃을 땐 열이 얼굴이 분명 있어. 스케줄 때문에 며칠 제대로 봐주질 못했더니 달님이가 일찍 온 현이가 반가워해.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는데 재밌었는지 활짝 웃기도 하면서. 현이는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 애써 미소를 보이면서 맞장구를 쳐줬는데 이번인 달님이가 울상이야.
"삼쫀 오늘 누가 괴롭혀써?"
"응?"
"달리미는 다 알아. 삼쫀 얼굴이 이렇게 돼써!"
하면서 현이의 쳐진 눈꼬리에 손가락을 대고는 더 아래로 내려. 뜨끔해진 현이가 달님이 손 위에 자기 손을 올리더니 다시 눈꼬리를 위로 쭉 올렸어.
"아니야, 이것봐봐. 이젠 아니지?"
현이의 말에 달님이가 다시 웃더니 목을 안아
"삼쫀 울지마 알아찌?"
현이가 달님이를 더 꼬옥 안았어. 불쌍한 내새끼. 마음으로 더 울면서.
감독이 채 막기도 전에 두 사람이 주먹다짐을 했다는 기사가 나왔어. 5년만에 컴백하는 영화촬영인데 현이가 억지로 컴백하는 바람에 아직 마음을 잡지 못한다는 설과, 갑작스럽게 나타난 현이가 못마땅한 열이가 아니냐며 서로 물어뜯고 난리가 났어.
먼저 두 사람의 팬들이 서로 싸우기 시작하면서 그냥 지켜보던 사람들도 이리저리 휩쓸리는 중이고, 두 사람 모두에게 이미지가 별로 좋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중이었지. 간혹 노이즈마케팅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일단 집에서 대기하라는 말을 듣고 따로 연락이 올 때까지 근신하는 중이었어. 열이는 감정 하나 컨트롤 하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진 거라 생각해서 마음이 좋진 않아. 반면 현이는 없던 정도 떨어지는 중이었어. 망하면 두고 보자(부글부글) 이런 상황. 영화는 두 사람이 나오는 씬 빼고 다른 배우들이 나오는 것부터 먼저 촬영하고 있었어. 그리고 하루가 꼬박 지나서야 각자 매니저들에게서 연락을 받아. 먼저 주먹 날린 건 현이지만 주먹을 쓰게 만든 원인은 열이니까 열이보고 현이네 집 앞으로 찾아가래. 열이가 이 말을 듣고는 절대 안 된다고 펄쩍 뛰었어.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는 못 한다고 해. 그럼 매니저가 투자금 전부 열이보고 갚고 영화는 없던 일로 하자고 해. 열이는 살짝 주춤했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대로 영화가 엎어지면 자신에게도 좋지 않으니까. 같은 시간엔 현이도 그 내용을 전달받았어. 아니 근데, 집 앞은 또 뭐야? 괜히 옆에서 혼자 잘 놀고 있는 달님이를 슬쩍 쳐다봐. 달님이한테 거짓말 시킬 필요도 없이 삼촌이라 부를 테고 열이는 의심 없이 넘어가겠지만 그래도 불안했어. 이렇게 빨리 열이와 마주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하지 못했으니까. 만화를 보는지 티비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달님이를 옆에 앉혔어.
"달님아."
"웅?"
"내일 종대삼촌이 맛있는거 사준다는데."
"우아, 진짜?"
"응. 그래서 내일 종대삼촌이랑 밥 먹으러 갈래?"
현이가 외국에 있을 때도 종종 들러서 얼굴을 알고 있었어. 달님이가 많이 따르기도 하고.
"그러엄 내일 삼쫀도 가는 거지?"
"음, 나는 내일 못가. 미안해서 어쩌지?"
"구롬 달리미도 가기 싫은데.."
달님이가 시무룩해 하며 옆에 앉은 현이 허리를 팔로 감쌌어.
"삼쫀도 같이 가면 안대?"
"음.. 내일은 종대삼촌하고 먹고, 일 끝나면 놀이공원 갈까?"
"언제?"
"바쁜거 조금 끝나면.. 음, 30 밤만 잘까?"
현이가 조심스럽게 말했어. 바쁘다는 핑계로 저를 많이 따르는 달님이를 매번 쳐내야 했어. 현이의 말에 달님이 표정이 계속 시무룩해.
"달님아, 미안해."
곱게 묶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현이가 달님이랑 눈을 맞추려고 하지만 달님이는 많이 섭섭한가봐.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계속 현이 허리만 안고 있었어. 계속 자기는 못 간다고 말해서 마음 아프게 하느니, 그냥 알겠다고 하는게 더 나을 것 같아. 그래서 현이는 그럼 내일 같이 집에서 밥먹자고 해. 달님이도 현이가 보내지 않는다고 하니까 기분이 풀린 모양이야.
다음날까지 열이가 언제 온다는 말이 없어. 달님이가 유치원에 가 있는 동안 찾아와서 일부러 사진도 찍고 연출도 하고 싶은데 열이는 코빼기도 안보여. 초조하게 가는 시간만 보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려. 혹시 열인가 싶어서 봤더니 어느새 달님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왔어. 오늘은 같이 밥을 먹자고 해서 많이 신났나봐.
오자마자 손발 깨끗이 씻는 달님이 보면서 현이가 갈아입을 옷을 챙겨. 예쁜 옷으로 갈아입히고는 헝클어진 달님이 머리도 새로 빗겨줘.
"달님아 오늘 처음보는 아저씨가 올 거야."
현이의 말에 달님이가 쳐다봐.
"셋이 같이 밥 먹어도 괜찮지?"
머리를 묶어주며 물어봐. 현이도 같이 먹는다고 하니까 달님이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열이가 집앞으로 도착해. 예쁜 옷으로 갈아입은 달님이를 데리고 나가자 열이가 뭐냐는 듯 쳐다봐.
"안녕하세요"
달님이가 열이에게 먼저 인사했어.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열이가 다시 뭐냐는 듯 현이를 쳐다봐.
"누나 딸이야. 떨어지기 싫다고 해서. 같이 가도 괜찮지?"
평소 같았으면 뭐하는 거냐고 했을 열이가 의외로 쉽게 괜찮다고 해. 달님이는 사실 현이랑 둘이 밥먹는 줄 알았는데 다른 삼촌이랑 같이 먹는대서 기분이 좋지 않았었어. 그런데 열이가 워낙 잘생겨서 달님이 마음도 사르르 풀어진거야. 생각보다 현이를 많이 닮은 달님이를 보면서 열이도 흔쾌히 괜찮다고 해. 그래서 세 사람이 저녁을 먹으러 가게 되었어.
어차피 현이와 열이 소속사에서 사진일 찍어서 보도 자료로 뿌릴거라 달님이가 나오지 않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어. 세 사람이 테이블에 앉고 밥을 먹는데 열이가 달님이를 빤히 봐.
"몇 살이야?"
"여섯살이에요."
달님이 음식 먹기 편하도록 열이가 잘라주기도 하고 접시에 덜어주기도 해. 열이가 주는 대로 밥도 잘 먹고 현이 옆에 앉아서 말도 예쁘게 해. 달님이가 밥을 좀 먹고 나니까 옆에 어린이들이 가는 놀이방으로 보내버려. 달님이 가는걸 끝까지 다 본 현이가 밥을 먹으려고 하니까 열이가 빤히 쳐다봐.
"뭐, 왜?"
"미안해."
무슨 말을 할지 현이도 나름 긴장했어. 근데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나와서 당황해. 아니.. 뭐 꼭 미안하다고 할 필요까진.. 이라고 말하니 열이가 다시 단호하게 미안하다고 해.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면 우리가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었던 것처럼 될까봐 무서웠어."
열이 말에 현이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어. 사실 현이는 더 이상 엮이지 않았으면 했는데 열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일이야. 이젠 아무 사이도 아니어야 하는 건데, 어째서? 라는 의문이 드는 거야. 그리고 놀이방으로 간 달님이를 생각해.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말해두는데.."
열이는 계속 현이를 쳐다봐.
"우리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때 끝났어, 우리."
"백현아."
"친구도 싫어. 그냥 모르는 사이로 지내."
열이는 이렇게 말하면 현이가 다시 생각해 본다던가 할 줄 알았거든. 그런데 아예 남남으로 지내자고 하니까 머릿속이 하얘져.
"우리가 친구였던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친구처럼 지내. 나 못해."
"진심이야?"
"너랑 나, 각자 갈 길 가자."
"아니."
열이가 마른세수를 하더니 현이를 다시 봐.
"너 다시 온다고 했을 때 난 좋았어."
"야."
"각자 갈 길 가자고? 그건 내가 싫어."
열이 말에 현이 표정이 굳어가.
"넌 끝까지 말이 안 통해. 도대체가 넌.."
더는 못 듣겠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버려. 그리고 좀 떨어진 자리에 앉아있던 매니저를 찾아.
"사진 찍을 만큼 찍었고, 체할 것 같으니까 가자."
현이 말에 매니저가 짐을 챙겨들어.
"너 계속 이렇게 나오면 컴백이고 뭐고 다시 다 접고 돌아갈 거야."
놀이방으로 갔던 달님이 챙겨서 그대로 나가버려.
혼자 남겨진 열이는 머리가 복잡해보여. 아직도 철이 안 든 건지 현이를 보자마자 날을 세우긴 했지만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려고 했으면 말도 안 걸었을 거야. 열이 생각과는 반대로 충격적인 말을 남기고 돌아서니까 미칠 지경이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래도 그날 싸운 건 리허설을 하던 거였고, 실제로 싸운 건 아니라는 언플이 시작돼. 나름 그런 기사가 나오니 사람들은 믿지 않는 눈치지만 일이 더 커지진 않았어. 바로 촬영에 들어갈 수 있지만 몇 번 더 만나서 서먹한 거나 없애보라는 감독의 배려 아닌 배려를 받고 5일 정도 쉬게 되었어. 쉬는 동안 현이는 달님이 유치원도 보내고 같이 있어주고 말 그대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어.
이틀이 지나고 현이가 잠깐 볼일이 있다며 집을 비운 사이에 열이가 현이네 집으로 찾아와. 이미 생각도 전했고 어떡하든 잡고 싶었으니까. 근데 집안에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사이에 달님이가 유치원에서 갔다 왔는지 열이를 불러.
"아저씨!"
"아.. 달님아."
(아.. 존나 진부하네옄ㅋㅋㅋㅋ)
예쁜 원복 입고서 하원하는 달님이를 보며 열이가 살짝 웃었어.
"삼쫀 오늘 늦게 온다고 했어요."
"아.. 그랬어? 그럼 아저씨는 그냥 갈게."
연락해봤자 받지도 않을 거고 왔다고 하면 화낼게 뻔하니 그냥 가겠다고 했는데 돌아서는 열이를 달님이가 잡았어. 현이가 올 때까지 혼자 있어야하니 같이 있어달라고 해.
달님이한테 밥은 먹었냐고 하니까 현이가 먹으라고 한건 있는데 지겹다고 투정을 부려. 엄마(현이누나)도 아팠고, 현이도 매일 바쁘니 달님이는 또래보다 철이 좀 일찍 들었어. 근데 열이한테는 투정도 부리고 싶고 그래. 의젓해보이던 달님이가 자길 잡으니까 못 이기는 척 집으로 같이 들어가. 그럼 아저씨가 맛있는 거 해줄까? 열이 말에 달님이가 정말 좋아해.
집으로 와서 앉아있으니 달님이가 옆에 붙어 앉아서는 오늘 유치원에서 뭘 배웠는지 조잘조잘 말도 잘하고 열이를 편하게 생각해. 그런 달님이 보면서열이도 아빠미소 짓고 보는 중. 그러다가 달님이가 빤히 열이 얼굴을 봐.
"삼쫀 일기장에 아저씨 얼굴 있어요!"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해. 응? 뭐라고? 열이가 다시 물으면 달님이가 현이 방에서 다이어리를 가지고 나와.(들키면 달님이 혼난닼ㅋㅋ)
그리고 맨 뒤에 사진 한 장을 빼서 열이 쪽으로 건네줘.
"이고봐요. 아저씨 맞죠?"
달님이이가 건네주는 사진을 보는데 두 사람이 같이 찍은 사진이야. 달님이 손에 들린 현이 일기장을 열이가 받아들고는 내용을 봤어. 보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왜인지 보고 싶었어.
별 내용은 없었어. 외국에 있을때 썼는지 오늘은 이걸 했고 저걸 했다 뭐 이런 내용이 있어. 날짜에 동그라미 친 것도 간혹 있기도 했고. 그러다가 한곳을 뚫어져라 쳐다봐.
열이 생일 전날인 26일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어. 그리고 우리딸 생일 이라고 적혀 있었어. 딸? 이거 현이껀데, 무슨 딸? 혹시 뭐 해외 아동 후원하는 건가? 이런 생각도 하다가 앞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달님이를 봐.
"달님아, 생일이 언제야?"
다른 사람도 많을텐데 묻고 싶었지.
"음, 음.. 11월 26일 이에요!"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던 달님이가 대답했어. 열이는 갑자기 속이 타는 것 같기도 해. 달님이한테 물 한잔만 달라고 하고는 생각해봐. 달님이 태어난 달이 11월이면 헤어질땐 3월.. 모르긴 해도 자신 말고 잔 사람도 없을텐 데.. 머리가 더 복잡해졌어.
그렇다고 달님이가 지금 현이 딸이라고 확신할 순 없는 상황이야. 그냥 썼을수도 있고.. 근데 나이도 그렇고 묘하게 현이 누나보다 현이를 더 닮은 달님이도 이상하고. 고사리같은 손으로 물 가져다주는 달님이를 더 자세히 살펴봐.
"달님이 아빠는 없어?"
아빠란 말에 달님이 표정이 시무룩해져.
"삼쫀이 착한일 마니 하면 아빠가 온댔는데.."
"엄마가 아니라 삼촌이 그렇게 말했어?"
"네에.."
열이 미간이 좁혀져. 이런 건 보통 엄마가 말하는 건데 왜 현이가 말하지? 싶어. 그래도 아이 앞에서 티를 낼 수는 없으니까 열이가 희미하게 웃으며 달님이보고 배고프지 않냐고 해. 아저씨가 맛있는 거 해줄게. 하면서 식탁에 달님이를 앉혀.
*
현이는 저녁 시간이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왔어. 촬영이 쉬긴 해도 다른 스케줄은 잡혀서 어쩔수 없이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현관에 달님이 신발 말고 다른 신발도 있어. 들어가 보니 거실에서 달님이한테 책 읽어주는 열이가 있어. 쟤가 왜 우리집에 있는지 이해 할 수가 없어. 현이를 발견한 달님이가 반가운 마음에 현이한테 달려 나갔는데 현이 표정이 여전히 어두워.
"달님이 방에 들어가."
"삼쪼온.."
"내말 못 들었어? 방으로 들어가!"
한번도 화를 낸적이 없었는데 현이가 달님이를 보며 소리를 쳐. 놀란 달님이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가면 열이가 왜 애한테 소리치냐고 해.
"넌 왜 왔어?"
열이가 말을 하려고 하면 듣기 싫다는 듯 현이가 눈을 감고 한숨을 쉬어.
"됐어, 필요없으니까 그냥 가. 앞으로 다신 찾아오지 마."
보자마자 화부터 내는 현이를 보더니 열이가 손을 잡고는 밖으로 데리고 나가버려. 아이가 방에 있으니 거실에서 싸우는 게 좋진 않으니까. 마당으로 나와서는 여전히 현이 손을 잡고 열이가 말을 해.
"너 똑바로 말해. 달님이 누구딸이야?"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에 현이가 열이를 쳐다만 봐.
"다현누나 딸 아니지?"
"누나 딸이야."
"진짜야?"
"그거 물어보려고 왔냐?"
현이가 가시를 잔뜩 세운채로 열이를 노려봐.
"아니, 누나 딸이라고 믿고 싶었는데 이제 확인 해보려고."
열이를 보던 현이가 살짝 놀란 눈치로 시선을 피해.
"니가 그렇게 바닥은 아닐거야?"
열이가 다시 비아냥거려. 현이가 뭐라고 말하려고 하면 잡고 있던 손을 놓고는 나가버려. 남겨진 현이가 멍하니 열이가 사라진 곳만 봐. 그리고 열이가 했던 말을 곱씹어. 바닥은 아닐 거야. 아랫입술을 깨물었어. 이미 달님이한테 못할 짓 한거니까. 끝없이 자신을 속이고 합리화하며 살았는데 열이가 그걸 흔들어놓고 있었어. 역시나 돌아오면 안 될 거였나봐. 들키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이 사실을 알게될까 마음 졸이는 자신도 싫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이 싫을 뿐이야. 길게 한숨을 쉬고는 방에 있는 달님이가 걱정되서 빨리 집 안으로 들어갔어. 방문을 열어보니 달님이가 침대 위에 인형을 끌어안고 앉아있어.
"달님아 아까 놀랐지? 미안해."
"삼촌 미워.."
"응?"
"아저씨한테 왜 소리질렀어?"
자기한테 소리쳐서 밉다고 하는 줄 알았는데 열이한테 소리친 게 밉대.
"달님이 그 아저씨 좋아?"
"응.."
시무룩한 표정으로 인형을 더 끌어안으며 대답해. 현이는 머리가 더 아픈 것 같아. 다른 삼촌들은 아무리 봐도 이렇게 편을 든 적이 없어. 더 복잡해진 마음에 현이가 달님이를 안아줘.
"앞으로 아저씨한테 잘해줘?"
"음.. 응!"
"달님이한테 하는 것처럼?"
"응.. 이렇게 웃어줘!"
이번엔 현이 입꼬리에 손가락 하나씩 올려놓고 위로 쭉 올려줘. 그래, 그렇게 할게. 현이가 힘없이 웃어보였어.
이후로 다시 영화촬영이 시작됐어. 어쨌거나 두 사람 싸움 때문에 촬영도 미뤄지고 민폐가 된 것 같아서 현이는 촬영 전에 왔다가 촬영이 끝나면 바로 사라져버려. 물론 열이랑 촬영할 때만. 열이가 말을 할 기회를 주지 않는 거야. 달님이도 웬만하면 현이네 매니저가 등,하원을 시키는 거라서 열이가 찾아가도 제대로 볼 수도 없었어. 미친 듯이 급한 건 아니니까 촬영만 끝나면 제대로 알아보자고 한 것도 있었어. 드디어 마지막 촬영이 되었어. 열이도 현이가 자꾸 피하니 일단은 촬영에 방해가 되지 않게 많이 참았어. 역시나 마지막 촬영인데도 쌩하니 가버리려는 현이를 열이가 붙잡아. 달님이는 매니저한테 맡기고 오늘은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뒷풀이에 조금이라도 있다가 가라고. 여태 열이가 잠잠하기도 했고 스탭들 한테 조금 미안해서 현이가 알겠다고 해.
달님이가 집에 있으니 촬영 이후 간단한 식사자리도 마다하던 현이었는데 현이가 참석한다고 하니 다들 놀란 눈치였어. 잠깐만 있다가 간다고 하니까 모두들 현이를 못가게 막으면서 술을 한두잔씩 권해. 일찍 가야하는 건 맞지만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이기도 하고 매니저도 달님이 걱정은 말고 있다 오래서 평소 주량보다 좀 더 마시게 됐어. 촬영도 무사히 끝냈고 다들 기분이 좋았는지 취했는데 현이는 몸을 못 가눌 지경이 되어버렸어. 현이를 보고 있던 열이가 현이를 부축했어. 괜찮아? 열이가 물어봐도 대답이 없어.
현이네 매니저는 달님이 때문에 올 수 없는 상황이야. 어쩔수 없이 열이가 데려다준다고 해. 다들 현이를 열이에게 맡겨두고 헤어지고는 현이를 자기차에 태워.
매니저가 열어주는 문으로 집에 들어가서는 현이를 침대위에 눕혔어. 현이가 오기 전에 달님이는 잠이 들었는지 보이질 않았고 열이는 현이를 눕히고는 방을 둘러봐. 가만히 잠들어있는 현이 얼굴도 봤다가 책상 쪽으로 가봐. 같이 살 때도 비슷한 가구가 있었던 것 같은데 변하지 않는 취향에 한번 웃어도 봐. 그러다가 서랍을 보는데 열쇠가 꽂힌 채로 달랑거려있어. 왠지 열어보면 안 될 것 같지만 호기심도 생겨. 여기 안에 뭐가 있는지 궁금했으니까. 손을 뻗어 서랍을 소리 나지 않게 열어봐. 긴장되는지 마른침을 삼켰어. 서랍에는 저번에 봤던 다이어리도 있었어. 다이어리가 두개, 그리고 하나는 산모수첩이야.
혹시 현이 누나껀가 싶어서 들고는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안쪽에 이름이 적혀있어. 열이가 잘못 본 듯 눈을 깜빡이지만 정확하게 현이 이름이 쓰여 있었어. 자고 있는 현이를 한번 쳐다봤다가 열이가 산모수첩을 들고 거실로 나와서 읽기 시작해. 매니저는 가고 없는지 조용해진 거실에서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겨. 처음 임신 확인한날 초음파 사진부터 현이가 태아였던 달님이한테 쓴 말까지 전부 들어있었어. 혹시나 장난치는 건가 싶어서 안을 보다가도 다시 현이 이름이 맞는 건지 앞을 봐.
이름도 글씨체도 모두 현이야. 6년을 만났는데 열이가 모를 수가 없어. 그런데 뒤로 가면 갈수록 내용이 이상해. 울었는지 글씨가 번진 것도 있고 미안하다고 계속 적혀 있어. 한국에선 아이를 낳을수가 없어서 외국으로 간다고 적혀져 있기도 했고 보고 있는 산모수첩에는 다이어리보다 더 자세하게 내용이 적혀 있었어. 막상 현이가 속인 거라면 화만 날줄 알았던 열이는 현이가 쓴 내용을 보고나니까 마음이 아파와. 그냥 보고 있던 산모수첩을 다시 덮었어. [아가야, 아빠가 달을 참 좋아해. 아빠가 좋아하니까 달님이라고 불러도 괜찮지? 사실 나도 네 아빠처럼 달을 좋아한단다.] 눈을 감고 마지막 보았던 문장을 계속 생각해. 네 아빠가 좋아 하던걸 사실 나도 좋아했어. 달님이가 아니라 자신한테 말해주는 것 같았어. 어쩌다 헤어지게 됐을까. 지금은 달님이보다 현이 마음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해. 울컥하는 마음을 잡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 방에서 잠들어있는 순간까지 현이를 생각해봐. 그렇게 멍하니 있는데 인기척이 들려. 고개를 들었더니 여기 왜 있냐는 황당한 표정의 현이가 서있어. 그리고 열이가 들고 있는 산모수첩을 발견해.
"너..그거.."
"미안해 다 읽었어."
열이 말에 현이가 좌절하는 듯 표정이 좋지 않아. 입술을 깨물고 있으면 열이가 들고 있던 산모수첩을 현이에게 건네줘.
"지금은 술도 마셨고 밤도 늦었으니까 내일 이야기하자. 내일 올게."
열이 말에 현이가 고개를 저어.
"부탁인데.. 오지마."
"백현아."
"다 봤다며. 내가 무슨 마음으로 낳자마자 누나품에 안겨줬는데.. 다 봤다면서 다시 온다고 말할수 있냐?"
살짝 부은 눈이 발개지더니 물기가 차. 고개를 숙이니까 눈물이 후두둑 바닥으로 떨어져. 그런 현이를 보던 열이가 가까이 다가가더니 양 손으로 팔을 잡아와. 그리고 살살 토닥여줘.
"다 봤으니까 온다고 하는 거야. 달님이 때문이 아니라 너 때문에. 네가 자꾸 밟혀."
열이 말에 또 한 번 눈물이 떨어져.
"그러니까 생각 좀 정리해서..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
이제 현이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아. 알게 되더라도 이렇게 빨리 알게 될 줄은 몰랐는데 복잡한 감정이 얽혀버렸어. 대답을 못하고 서 있으니 열이가 현이 눈물을 닦아주고는 집을 나서.
+)몇 주를 건너뛰고 올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를 쳐주세요 8ㅅ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