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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60430 : 푸른사자 : 오류투성이 남자들 1부

* 트위터에서 풀었던 내용인지라 오탈자 및 반말체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야기 속 모든 사항은 사자가 창조한 허구의 설정들입니다.

 

 

오류투성이 남자들 1

회장님의 아주 특별한 집사 찬열 X 소문난 기업 사냥꾼 백현

W. 푸른사자

 

 

백현이는 양지에 꽤 자리를 잡은 조직의 일원이야. 그렇다고 사람들이 흔히들 조직하면 떠오르는 일을 하는 건 아니고, 합법적으로! 양지에서! 조직이 세운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 이렇게 되기까지는 사연이 좀 긴데...

 

사실 백현이네 아버지는 금융계통에서 일하면서 자문도 하고, 방송도 하는 등 뭐 나름 알려진 사람이었어. 그런데 갑자기 뭔 바람이 불어서인지 투자를 하겠다면 이상한데 삽질을 하더니 쫄딱 망한거야.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지. 투자로 여태껏 모은 돈만 날렸으면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검은 돈들에까지 손을 벌렸다는 게 문제였지.

 

돈 갚을 날짜는 돌아오지, 투자한 돈은 땡전 한 푼 못 건졌지. 그 피말리는 상황 속에서 백현의 아버지는 술만 퍼마시다 폐인이 되어버렸어. 그런 백현이네 집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했는데 처음에는 같이 울고, 힘들어해주던 엄마도 얼마 못가 집을 나서더니 다신 돌아오지 않았지.

 

백현이와 그의 아버지만이 남아있던 그 집에 가장 마지막으로 온 방문객은 백현이가 지금 머물고 있는 조직의 보스였어. 그는 백현의 아버지 몰골을 보고는 몇 번 발로 툭툭 쳐보더니 딱히 회생의 가망도, 돈을 갚을 능력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욕을 내뱉었어. 그게 무슨 신호라도 된 건지, 내뱉어진 욕과 동시에 그 수하들은 집 세간들을 상대로 아주 깽판을 치기 시작했지.

 

다른 곳에 숨어 그 모습을 몰래 지켜보고 있던 백현이는 한숨을 쉬었어. 저걸 다 언제 치우나 싶어서 말이야. 그렇게 한참이 지나도 부수는 소리만 들리고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백현이 직접 나섰어. 몇 차례 비슷한 종류의 손님들을 맞으니, 나름 효율적으로 일을 끝마치는 법을 깨달았거든. 재산 내역서니 머니 대충 한쪽에 처박아둔 문서를 집어든 백현이가 제 방에서 나가 보스 앞에 가 그걸 내밀고 멀뚱멀뚱 섰어.

 

처음에는 초등학교도 아직 안 들어간 걸로 보이는(7) 꼬맹이가 어디서 툭 튀어나와 종이 쪼가리들을 내미니까 이건 뭐지 싶던 보스는 종이가 폐휴지 같은 게 아니라 제대로 된 문서라는 걸 확인하고는 백현이를 약간은 달라진 눈빛으로 쳐다봤지.

 

: 우리 아빠 완전 거지에요 털어봤자 아무것도 안 나와요

 

백현이가 시큰둥한 목소리로 말했어.

 

: 네 아빠 몸이 남았으니까 아무것도 안남은건 아니란다

 

보스는 소름끼칠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어.

 

: 여태껏 우리 집 다녀갔던 사람들이 다 그 소리하면서 갔는데, 우리 아빠 잡으러 다시 온 사람은 한명도 없었어요

 

백현이는 거기까지 말하곤 딱히 제가 할 일은 더 이상 없다고 느꼈는지 세간들을 다시 제 자리에 돌려놓기 시작했지. 낑차낑차 거리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에 주변에 조직원들도 이건 머지 하면서 보고만 있었어. 그리고 보스는 빠르게 계산을 해봤지. 백현이 말대로 딱히 돈이 될만한 건 하나도 없었어. 그런데 백현이가 하는 행동들을 가만 보니까, 꽤 효율적인데다가 사고도 그 나이 때 애들보다 입체적인 게, 제대로만 크면 쓸만 할 것 같은 거야. 그래서 친근한 척 백현의 옆에 다가갔지.

 

: 이름이 뭐야?

: 백현이요

 

백현이 시큰둥하게 답했어.

 

: 엄마는 어디 갔어?

: 몰라요

 

보스가 정신 사납게 눈을 굴렸지.

 

: 그럼 지금 네 보호자가 아빠 하난 거네?

 

백현이가 고개를 끄덕였어

 

: 그럼 아저씨랑 같이 갈래? 아저씨가 백현이 학교도 보내주고, 맛있는 것도 사줄게

: 아저씨가 왜요?

 

백현이가 의심스럽다는 듯 쳐다봤어

 

: 네 아빠가 아저씨한테 큰 빛을 졌으니까

 

백현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을 했어. 하지만 보스는 선글라스 뒤에서 웃을 뿐이었지.

 

: 갈래?

 

잠시 백현이가 생각해봤어. 어떤 쪽이 나을지 말이야. 그리고 곧 고개를 끄덕였지. 암만 생각해도 여기 남아있어 봤자 더 깊을 구렁텅이로 빠지면 빠졌지 나아질 기미가 없었거든. 그렇게 보스를 따라 나선지도 벌써25년이야. 꼬맹이었던 백현이는 32이 되어있었지.

 

조직에 들어가 체계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백현이는 보스의 판단대로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자랐어. 보스는 그런 백현에게 양지에 세운 기업에서 꽤나 높은 자리를 맡겼지. 보스가 백현이는 철저히 양지에서 일할 사람으로 키워서 음지 일은 잘 알지도 못하고, 하지도 못하지만 양지일의 거의 전반을 맡긴 탓에 백현이를 함부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뭐 다들 백현이를 오구오구 하며 기른 간부들과 보스 덕도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백현의 지휘아래 백현이네 기업은 다른 비슷한 덩치의 회사들을 먹어치우며 크기를 불렸어. 그러다보니 그 우두머리에 있는 백현이는 기업 사냥꾼이라 불리며 냉혈한이네 어쩌네 머 별의 별 소리를 다 듣곤 했는데

 

: , 보스 나는 무슨 휴가도 없습니까?

: 네 아빠 빛이 얼만지 알기나 해?

: 아씨, 웃기지 마요 내가 여태껏 번 돈이면 다 갚고도 산처럼 쌓였겠구만. 보스 인간적으로 그러는 거 아니에요

: 이번 건만 끝내 그럼 내가 안식휴가 준다

: 아 그 이번이 대체 몇번째인지 알고나 있냐니까요?

 

실상은 그냥 빨리 일 끝내고 놀러가고 싶은 어린이 1이었지. 그런 어린이를 부려먹는 보스는 매번 혀를 차며 휴가를 미끼로 걸곤했어.

 

: , 일이 겹쳐서 터지는 걸 어떡해!

: 그럼 그 일 끝나고 보내줬어야죠!

 

몇 년 째 무한 반복중인 싸움에 주변 간부들은 이제 둘이 알아서 하겠지 하고 신경도 쓰지 않아.

 

: , 이번만 해결하면 내가 진짜 휴가 줄게

: 진짜?

: 진짜

: 각서 써줄 수 있어요?

: 써준다 써줘

: 공증도 받아둘거에요

 

보스가 각서를 쓰는 동안 가자미눈을 해서 쳐다보고 있던 백현이는 보스가 다 쓰자마자 빼앗아 가다시피해서는 총총걸음으로 나갔지. 백현이가 나가자 보스의 오른팔이 슬쩍 물었어.

 

: 진짜 휴가 주시게요?

: 미쳤어? 당연히 더 부려먹어야지

 

백현을 츤데레 보스 모드로 키운 덩치 중 하나인 보스이지만, 악덕업주의 피는 어쩔 수 없었달까? 어쨌든 그런 보스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각서를 금고에 모셔둔 백현이는 보스가 지정한 다음 타깃 회사를 확인했는데.

 

: 아이고 우리 보스 욕심도 크시지 여길 가지시겠다고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규모의 회사였어. '' 그룹이라고. 규모도 컸고 역사도 꽤 깊었으며, 오너 쪽도 탄탄한 기업이었지. 백현은 보스의 욕심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비서에게 관련 자료를 넘기며 각본이나 몇 개 짜보라고 전했지.

 

그러고 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차로 향하기 시작했어. 백현이는 특이한 취미가 하나 있었는데 공격에 들어가기 전 상대를 찾아가서 느긋하게 담소나 나누는 거였지. 그런 취미를 알고 보스는 나름 백현이 기분 맞춰준답시고 일 넘기기 전에 연락해서 자리를 마련하곤 했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지.

 

백현이는 평소와 다르게 회사가 아닌 집으로 되어있는 약속장소에 기웃거리며 시동을 걸다 제 머리를 쥐어박았어. '' 그룹 회장이 최근 지병이 악화되어서 집에서 업무를 본다는 게 뒤늦게 떠올랐거든.

 

약속장소인 회장의 저택은 적당한 규모에 정원도 꽤 단정하게 꾸며져 있어 멋스러웠지. 보스한테 이 집 사달라고 조를까 고민하며 백현이가 집 안에 들어섰어. 그 앞에는 키 큰 미남자가 연한 하늘빛 바지에 품이 넉넉한 흰 셔츠를 입고 서 있었는데. 어지간한 여자보다 훨씬 길 것 같은 머리를 회색빛 머리를 길게 늘어트려 묶은 게 인상적이었지. 백현이는 저런 머리가 어울리는 사람도 있구나 생각하며 남자에게 인사했어. 남자도 단정히 인사했지.

 

: 안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남자는 백현에게 손짓 하더니 느긋한 발걸음으로 안내를 했지.

 

: 집이 참 고풍스럽게 꾸며졌네요.

 

남자를 따라가며 복도를 구경하던 백현이가 중얼거렸어. 그에 남자를 설핏 웃는 것으로 답했지. 그 모습을 본 백현이는 머리만 짧으면 참 내 스타일인데 생각하며 그가 권한 자리에 앉았어.

 

백현 : 회장님께 아들이 있으셨다는 애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장성하신 분이라는 건 처음 알았네요.

 

메이드가 가지고 온 차 주전자로 차를 따르고 있는 남자를 보며 백현이가 중얼거렸어. 풍기는 분위기도 고풍스럽고 집에 고용인들이 깍듯하게 대하는 게 딱 봐도 귀한 집 도련님 같은데 이 집 아들은 꽤 어린 걸로 기억하고 있었거든.

 

: , 저는 그냥 이 집의 집사입니다. 도련님은 위층에 계세요

 

능숙하게 답하는 남자에 당황한건 백현이었지. 사람을 대하는 거나, 집 안 사람들의 태도나 암만 봐도 일개 집사 같지는 않았거든.

 

백현 : 제가 큰 실례를 할 뻔 했네요

 

백현이가 능청스럽게 웃었어.

 

백현 : 이 큰 집의 집사치고는 젊으신 것 같은데 나이가?

찬열 : 32입니다

백현 : 와 정말 젊으시네. 이름은?

찬열 : 찬열입니다

백현 : 이름도 잘생기셨네. 이렇게 고풍스러운 집에 젊고 잘생기신 남자 집사시라. 무슨 만화 속 설정 같네요.

 

능청스럽게 굴며 잔을 드는 백현을 평온하게 대응하려던 찬열이의 표정에 균열이 살짝 생겼어. 그에 찬열의 시선을 따라간 백현이는 그곳에서 발이 흙투성이인 남자 꼬마아이를 발견했지. 아이는 신발을 양손에 들고 살금살금 걸어가고 있던 모양이었는데, 아이가 지나온 길에는 흙발자국이 남겨져있었고, 아이와 아이 뒤에 서 있던 노년의 메이드는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지.

 

: 수씨

 

찬열이가 냉랭하게 여자를 불렀어. 그러자 메이드가 용수철처럼 튕겨져 나와서는 아이 앞에 두 손을 펼치고 섰지. 그러며 입을 땠는데 말이 아니라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만 나왔어.

 

: 말을 못하시나 보네요.

 

백현이가 차를 홀짝이며 중얼거렸어. 그제야 백현이를 떠올린 것 같은 표정을 해보인 찬열은 곧 백현이를 보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웃어 보였어.

 

: . 어렸을 적 열병을 앓은 다음부터는 말을 못하세요. 그래도 착실하시고 심성이 고운 분이시죠.

 

백현은 아아 거리며 차를 마셨어. 그리고 찬열이 말을 이으려던 순간 2층에서 높은 고함 소리가 났어. 아이가 수의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었지.

 

: ,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 , 다녀오세요

 

찬열은 백현에게 양해를 구하고 빠른 발걸음으로 2층으로 향하는 층계 앞에 섰어.

 

찬열 :

 

찬열이 여자에게 단호하게 말하자 수가 아이에게서 떨어져 주방으로 향했어. 아이는 움찔하더니 열심히 꼼지락 거리는 중인 두 발만 보고 얌전히 서 있었지. 그 모습을 확인한 찬열은 2층으로 올라갔어. 그 후로도 2층에서는 계속해서 높은 고함 소리가 들렸지. 아이는 익숙한 일이라는 듯 못들은 척 계속 그 자리에 서있었어.

 

: 꼬마야

 

차를 마시며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백현이 아이를 불렀어. 아이는 눈만 크게 뜨고 쳐다볼 뿐 움직이질 않아서 백현이 손짓까지 했어.

 

: 오라니까?

 

움직이지 않는 꼬마에 백현이 약간의 짜증까지 내고서야 꼬마는 가까이 다가왔지. 백현이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어줬어.

 

: 꼬마야 너는 이름이 뭐야?

:

: 예쁜 이름이네

 

백현이 잘했다는 듯 테이블에 다과로 올라와 있던 쿠키를 꼬마 손에 쥐어줬어.

 

: 나이는?

: 7

 

단이는 경계를 푼 것 같이 보였어.

 

: 이집에서 살아?

 

단이가 고개를 끄덕였지.

 

: 그럼 저 집사 형이랑 친하겠네?

 

단이가 잠시 고민을 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저었어.

 

: 안 친해?

 

단이가 고개를 끄덕였지.

 

: ?

 

단이가 잠시 고민하는듯했어.

 

: 무서워

 

단이가 긴 고민 끝에 내 놓은 답에 백현이 눈을 동그랗게 떴어. 그에게 찬열의 첫인상은 서글서글함이 인상적인 상냥한 청년이었거든. 그래서 왜 무섭냐고 물어보려는 순간

 

: 도련님!

 

언제 내려온 건지 옆에 와서는 나지막하게 단이를 부르는 찬열이가 있었어. 언제 나온 건진 모르겠지만 다과를 가지고 나온 수도 눈을 크게 뜨고 찬열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지.

 

: 도련님? 너 이 집 도련님이야?

 

백현이 재밌다는 듯 장난치는 사이, 단이는 겁먹은 표정을 하고 멀리 도망가 버렸어.

 

: 회장님의 외동 아들이세요

 

찬열이 꽤 굳은 표정으로 단이를 소개했지.

 

: 도련님 인사하셔야죠

 

단이가 떨면서 인사를 했어.

 

: , 도련님 데리고 올라가요

 

수가 냉큼 단이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어. 2층에서도 소리가 난 쪽과는 반대방향이었지.

 

: 죄송합니다. 사모님이 젊은 시절부터 몸이 다소 불편하신데 마침 발작을 일으키셔서

 

찬열이 아까 전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어. 2층에서 고함을 지른 건 이집 사모님이었던 거지.

 

: 지금은 좀 괜찮으신가요?

: . 다시 잠드셨습니다

 

찬열이가 어느새 빈 백현이의 잔을 다시 채워주었지

 

: 집사님이 의학에도 조예가 깊으신가 봐요. 사모님 발작도 금방 진정시키시고

 

백현이 그 잔을 들며 찬열을 곁눈질로 보았어.

 

: 자주 있는 일이라, 그때마다 박사님을 모실수도, 병원에 모시고 갈수도 없어 박사님께 응급처치 몇 가지 배웠을 뿐입니다

 

백현이 고개를 끄덕였어

 

: 사모님도 아프셔서 집사님이 많이 바쁘시겠어요

: 제 할 일을 하는 것뿐인걸요. , 회장님 모시고 온 다는 걸 제가 깜빡했네요

 

찬열이 정말 죄송하다는 듯 웃어 보이며 잰걸음으로 다른 쪽 복도로 향했지. 백현이 잠시 팔걸이에 기대어 노래를 흥얼거렸어. 찬열은 오래지 않아 돌아왔어.

 

: 죄송해서 어쩌죠

 

돌아온 찬열은 혼자였어.

 

: 오전만 해도 괜찮으셨는데 오후부터 상태가 나빠지시더니 지금 도저히...

 

찬열이가 말끝을 흐리며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의사를 전했어.

 

: 부부는 일심동체라더니 맞는 말인가 보네요

 

잔을 마저 비운 백현이가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지.

 

: 회장님께서도 부사장님이 어떤 분인지 종종 궁금해하신지라, 몸이 안 좋아지셔도 약속을강행하셨던 건데 일이 이렇게 되어 정말 죄송하게 되었다고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대문 앞까지 백현을 따라 나온 찬열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어.

 

: 그럴 수도 있죠 뭐. 괜찮다고 전해주세요

 

백현이 차문을 열며 말했어.

 

: 그리고 언제든 부사장님께서 시간 나실 때 저택을 방문해주셨으면 하시는 말씀도 있으셨습니다.

: 그렇게 하도록 하죠

 

백현이 웃으며 시동을 걸었어. 그리고 막 무언가가 생각난 듯 창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지.

 

: , 다음에 왔을 때도 우리 또 볼 수 있죠?

: ?

 

백현이 웃으며 찬열을 지나쳐 돌아가기 시작했어. 사이드 미러에 비친 찬열은 백현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곳을 지키고 서있었지. 백현은 참 재밌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사람 부리는 게 능숙해 보이는데, 집사인 것도, 집사이면서 도련님의 공포의 대상인 것도, 도련님의 급작스러운 등장이라는 상황에서 보였던 귀찮음이라는 표정도, 회장님의 손님이 던지는 관심에도 익숙하다는 듯 여유롭게 받아치는 태도까지도 모두가 재밌었지.

 

집으로 향하던 중 밥이나 먹자며 부르는 보스에 백현은 보스가 불러주는 장소로 핸들을 틀었어. 처음에는 백현이의 취미생활을 보고 참 할일 없다며 혀를 차던 보스도 어느 순간부터 백현의 취미생활 관측에 재미를 붙이고 있었지.

 

: 보스

:

: 그 집 나 줘요

 

시큰둥한 표정으로 젓가락질을 하며, 대충 보스 농담에 장단 맞춰 주던 백현이 뜬금없이 말했어.

 

: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보네

: 뭐 대충

: 근데 너 혼자 살기에는 너무 크지 않나?

: 크면 큰 데로 쓰면 되는 거라면서요 보스가

: 기억력 한 번 더럽게 좋네

: 그래서 나한테 주기 싫다고요?

: , 가져, 가져 네가 다 가져가

 

정작 집주인도 없이 보스와 백현은 집을 두고 옥신각신하다, 보스의 항복으로 대화가 끝났지. 보스도 그 집을 탐냈는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긴 했지만.

 

: 그럼 그 집 집사도 나 주는 거죠?

: ?

: 집사가 능력이 좋아 보이던데, 그런 집사 고용하려면 돈 많이 들 거 아니에요. 그런데 나는 박봉에 보스한테 아버지가 진 빚까지 있으니 어쩌겠어요. 보스가 나 집주는 김에 집사도 같이 고용해 줘야지.

: , 너 지난번에

: 설마 우리 보스가 휴가도 제대로 안 챙겨주고 부려먹는 불쌍한 직원을 위해 고작 집사 하나 고용 못해주는 무능력한 파렴치한은 아니겠죠? 보스가 가오가 있지

 

혼자 북치고, 장구 치더니 태평소 불며 상모까지 돌릴 기세인 백현에 보스는 재빨리 항복을 했어.

 

: 이름이 뭔데?

 

백현이가 두 눈에 물음표를 달고는 쳐다보자, 보스가 혀를 차다 백현이에게 정강이를 맞을 위기에서 간신히 탈출할 수 있었어.

 

: 아 내가 개 이름을 알아야 갤 너 대신 고용하든 말든 할 거 아니야!

 

애를 잘못 키웠다며 웃기지도 않는 우는 흉내를 내는 보스에 백현은 난 나혼자 스스로 잘 자랐다며 보스에게 면박을 줬지.

 

: 이름이 찬열이라던데요

: 찬열?

 

코를 훌쩍이며 이름을 듣던 보스는 아무 생각 없는 표정으로 굴다가 제 귀를 한 번 후비고 다시 물었어.

 

: 찬열? 키 크고, 딱 네 취향으로 생겨가지고는, 머리 길게 길러서 치렁치렁하게 돌아다니는 개? 그 박찬열?

 

주변에 서있던 조직원들도 보스에 말에 그 찬열? 거리면서 술렁거렸지. 그에 백현은 기분이 팍 상했어. 저만 모르는 애기가 있는 건 언제나 찝찝했거든.

 

: 그렇게 유명인사에요? 나는 처음 들어봤는데. 어느 조직 보스의 숨겨진 아들이라도 되려나?

: 그거야 모르지. 갠 고아니까

 

보스가 옆에 놓여있던 물을 벌컥벌컥 마셨어.

 

: 생긴 건 꼭 부잣집에서 자란 것 같이 생겼던데요?

: 부잣집에서 자라긴 했지. 어렸을 때 그 집에 들어가서 그곳에서 쭉 자랐을 테니까

: 그 쪽 회장이 고아를 데려다 길렀다는 뉴스는 못 봤던 것 같은데요?

 

백현이 사전에 조사했던 자료를 머릿속으로 뒤지며 관련된 내용이 있었나 떠올렸어. 하지만 관련한 내용은커녕 유사한 내용도 없었지.

 

: 미쳤냐. 그런 걸 밖에다 떠벌리게?

 

보스가 면박을 주듯 말하자 백현이 인상을 썼지

 

: 못할 건 또 뭐에요. 그것만큼 좋은 이미지 메이킹이 어딨다고.

 

보스가 혀를 찼어.

 

: 너 조사 제대로 안했지?

: 아 보스가 오늘 알려줬잖아요!

 

백현이 화를 벌컥 내자, 황급히 귀를 막은 보스는 작은 목소리로 신세한탄을 하다 눈총을 받아야했지.

 

: 그쪽 회장이 젊었을 때부터 이 바닥에서 소문이 자자했어. 연고 없고 멀끔하게 생긴 남자애들 수집하는 수집가라고

 

백현이 눈을 가늘게 떴어. 보통 보스가 수집가라는 표현을 쓸 때는 부정적인 표현일 때가 대부분이었거든. 뭐 사람을 수집한다는데 긍정적 일리는 없지만

 

: 설마

: 그거 맞을 걸

 

보스가 태평하게 어깨를 으쓱여보였어 백현이는 구역질하는 시늉을 했고.

 

: 그 수집 돕는 심부름꾼 하는 애들이 어린애한테 깔리는 변태라고 술 처마시고 주정부리다 끌려가는 거 많이 봤거든

 

백현이 너무 혐오스럽게 쳐다보자 문뜩 기분이 나빠진 보스가 왜 날 쳐다보며 소리치다 찔리냐는 질문을 받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지.

 

: 근데 그렇게 수집하면 그 다음은?

: 회장이 질릴 때까지 집에 데리고 있다가 질리면 밖에 풀어주는 거지. 나름의 성의는 손에 쥐어주고

: 쓰레기네

: 그렇지. 제대로 학교도 못 가게 한 애들을 돈 몇 푼 쥐어주고 주웠던 데다가 그대로 놓고 오는 거니까

 

잠깐 식탁위로 침묵만이 감돌았어.

 

: 잠깐, 그럼 그 집사는요? 어린애가 취향이라며

: 그래서 개가 유명한 거야. 다른 애들이랑 다르게 그 집에서 지금까지 생활하고 있는 건 물론이고 그 노인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교육도 제대로 시킨 모양인지 변호사 자격증까지 있으니까

 

백현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어.

 

: 물론 이 모든 내용은 아는 사람들이나 아는 애기고. 겉으로는 회장이 어렸을 때부터 후원을 해왔고 그 인연으로 지금 회장 개인 비서로 일하고 있는 걸로 되어있는데, 요즘은 집사 놀이도 하나보네? 개는 참 인생사는 게 심심하진 않을 것 같아

 

잘 가다 갑자기 삼천포로 빠지는 보스에 가자미눈을 해보이던 백현이 문득 찬열을 떠올려봤어. 생긴 건 딱 귀한 도련님 같이 생겨가지고는 잘도 어울리는 인생을 살았네 싶어져서 말이야.

 

: 그럼 내가 고용하기는 힘들겠네요?

: 뭐 그런 셈이지

: 그럼 안 되겠네. 꼬셔야지

 

보스가 물을 뿜을 뻔했어. 그러다 더럽다며 백현의 신경질과 냅킨세례에 파묻혀 차마 진심이야? 라고 되묻진 못하고, 딸의 심상치 않은 사생활을 봐버린 것 같은 아버지의 마음으로 기침이나 할 수 밖에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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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오는데 짧기 까지한 반도의 흔한 사자시....(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