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 연습생 기간 1년도 안되었지만 먼저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
백 : 기획사에서 짬밥만 7년 차인 연습생, 이었다가 일반인으로 돌아가 대학생 신분
02
: 조게이츠
백현은 그 길로 회사를 나왔다. 보컬 선생님을 포함한 여러 트레이너들은 하나같이 백현을 말렸지만 실장님이나 이사님은 백현을 잡지 않았다. 연습생의 대부분도 백현을 말렸지만 그것도 두 분류로 나뉘었다. 백현을 말렸던 사람들은 이제 막 연습생으로 들어와 회사에 적응하던, 아직 한참 많이 남은 아이들. 그리고 백현을 말리지 않았던 사람들은 호시탐탐 데뷔팀을 노리고 있던 연습생들. 원래 백현과 함께 팀으로 데뷔하기로 했던 다른 연습생들은 차마 백현을 잡지도 못하고 방관하지도 못하고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찬열도 마찬가지였다. 사물함 앞에서 백현이 제게 소리치던 목소리와 얼굴을 잊을 수가 없어 선뜻 다가갈 수도 없었던 것이다.
오랜 연습생 기간으로 회사에 있으면서 중간에 지쳐 나가는 사람들도 백현은 많이 봐왔기 때문에 학교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래서 스무살이 되던때는 대학도 입학했었다. 백현은 회사에서 연습 중에도 학교 수업이나 과제를 간신히였지만 그래도 빠지지않고 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가수의 길을 그만 둬도 학교와 돌아갈 일상이 있다는 것에 고맙다고 생각을 해야하는 것인지 백현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회사에서 모든 짐을 챙겨 나오던 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백현이 운이 좋게 합격이 되어 학사경고도 받았었지만 그래도 다니고 있는 학교의 지하철 역이 지나갈때 눈물을 참을 수 없어 후드를 코까지 내려 쓰고 집으로 갔었다.
친구들이라고 해봤자 고등학교 때 친구들, 대학 친구 몇명. 대부분이 연습생으로 있으면서 만난 친구, 형, 동생들 뿐인 백현이었다. 오래 연습생으로 있었으니까 두루두루 사람들과 친했던 백현이지만 그들이 하는 연락들에는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조금 남은 개강을 앞두고서 대학 친구 몇명에게 전공서적을 빌려서 하루종일, 몇일을 공부만 한 백현이다. 그리고 2학기 개강을 했고, 그 사이 백현이 제외되고 찬열이 속하게 된 그룹의 티져들이 하나씩하나씩 공개되어지기 시작했다.
학교로 돌아간 백현은 당연히 주위로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연습생일 때도 학교를 꽤 잘 나오는 편이기는 했지만 1교시 수업부터 시작해서 조별모임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을 보고 수군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밝은 갈색이었던 머리를 짙은 컬러로 염색해온 것을 보고 모두들 대충 짐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개강파티때까지 온 백현을 보고, 백현에게 관심이 있었던 여자후배들 몇 명이 슬그머니 물어보니 백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응, 그만 뒀어- 라고 이야기를 한 것. 기울이는 소주잔이 슬퍼보이지 않게 평소처럼 털털하게 웃으면서 못해먹겠더라~ 하면서 능청을 부리기도 했다.
백현은 전공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했고, 몇 남지 않은 남자 동기들과 함께 술도 마시고 당구도 치면서 평범한 대학 생활을 이어 나갔다. 군대 간 동기들이 가끔씩 술자리에 놀러오면 이젠 저것도 내 얘기네, 하면서 한숨과도 비슷한 숨이 나오기도 했다. 동기들과 잘 어울리고 꽤 학교 생활도 잘 이어나가는 백현이었고, 노래를 듣기만 들었지 하지는 않게 되었다.
핸드폰과 아이팟에 남아있는 연습하면서 불렀던 곡들과 녹음된 파일들도 대부분 지웠다. 하지만 차마 찬열의 연주곡이나 찬열의 반주에 자신이 부른 노래, 같이 부른 곡은 지우지 못했고 아주 가끔씩 가만히 그것들만 들으면서 도서관 책상에 앉아 있기도 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로 들어설 때 쯤, 백현에게 아주 친했던 연습생 후배가 연락이 왔다. 꽤 담담해지고 이제는 평범한 대학생 신분인 것이 익숙해진 백현은 오랜만에 밥 먹자는 후배의 말에 선뜻 약속을 잡아 둘이 만나게 되었다. 백현이 나올 때만 해도 검은 머리였는데 갈색으로 염색한 것을 보고 프로필 사진 새로 찍을 때인가봐? 하고 물었고 그렇다는 후배의 말에 이런 걸 칼같이 알아보는 나도 진짜, 어우. 하면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맥주를 시키는 백현이다.
잘 지내냐는 말에 그럭저럭 잘 지낸다고 대답을 하고, 백현은 너는 어떻냐고 물으면 저도 뭐 그럭저럭 하면서 대답을 하는 후배다. 그리고 후배가 형, 데뷔팀 티져들 보셨어요? 하고 묻는다. 고기를 구우면서 백현이 아니, 하고 대답을 하면 그래도 찬열이형이 거기 있는데 궁금하지도 않아요? 하고 묻는다. 학교를 다니면서 박찬열, 이름을 들을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들으니 백현이 고기를 굽던 손을 내려놓는다.
백현이 나가고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 끊임없이 연락을 했던 찬열이다. 백현의 집 앞까지도 왔지만 백현은 찬열을 만나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찬열이 하는 연락을 모두 쳐낸 백현이다. 동기들은 찬열을 모르니 당연히 찬열에 대한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고, 백현이 자의에 의해서 보지 않는 이상 모든 것을 알수 없었는데 이렇게 연결고리의 사람을 만나니 찬열의 이름을 듣게 된다. 그리고 후배의 입에서는 백현이 묻지도 않은 현재 데뷔팀이 굴러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티져는 촬영은 모두 끝낸 상태고 뮤비는 다음 달에 찍는 대요. 타이틀 곡은 뭐 늘 비슷한 그런 곡인데, 리팩을 노리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티져 마지막 공개가 아마 뮤비 찍는 날이었던 것 같아요. 모두들 연습때문에 좀비처럼 다니고 그래요. 찬열이형 원래도 말랐는데 살 더 많이 빠지고. 근데 또 키는 계속 쭉쭉 크고 있어서,
찬열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가만히 듣고만 있던 백현이 겨우 힘을 짜내서 고개를 들면서 너는 요즘 연습 잘하고 있냐? 하고 말을 끊었다. 찬열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듣고 싶지 않았다. 찬열이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야기를 듣는 것이 괴로웠다. 잊혀지지 않는 같이 있었던 때의 기억이나 얼굴, 목소리를 가만히 혼자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가끔씩 되뇌이고 하는 것으로 족했다. 그걸 다른 사람을 통해서 이야기를 듣는다던가 하는 것을 좀 괴로울 것 같다고 생각을 했었고, 아니나 다를까 후배의 입에서 계속해서 나오는 찬열이 이름만으로도 백현을 괴롭게 만들었다.
찬열이 잘못한 것은 정말 하나도 없었지만 어쩐지 조금 괘씸하다는 생각이 든 백현이다. 스스로도 이런 감정이 왜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감정적으로는 싫다는 것이 먼저 느껴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같은 팀으로 데뷔하는 예전의 연습생들과 엄청 친했던 건 아니었는데 괜찮으려나. 하긴, 박찬열 성격 워낙 좋으니까 금방 친해졌을 것 같고. 춤은 이제 좀 늘었나. 여전히 작곡은 계속해서 하고 있나, 하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밀려왔다.
다정한 목소리도 여전한지. 커다란 눈이 웃으면 눈 아래 예쁘게 접히던 주름도 그대로인지. 큰 손으로 기타를 튕기던 모습도 그대로인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복실복실한 갈색머리였는데 그 모습도 여전한지. 밉다고 생각했던 찬열이 오늘은 좀 보고싶어지는 백현이다.
***
반갑습니다 조게이츠입니다:^)
오랜만이네요. 넹 민망할정도로 오랜만입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이제와서 말씀드리지만 이 글은 1편까지가 트위터에 풀었을때 연재글로 써보고싶어서 나뒀던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 썰로 연재를 할것 같네요 깔깔깔깔깔(정신나감
..3편도 나오기를 바랍니다.....찬백행쇼...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찬백 사랑해...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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