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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60702 : 조게이츠 : 너는 나를 가장 선하게도, 가장 악하게도 만든 사람이다. : 02












# 너는 나를 가장 선하게도, 

가장 악하게도 만든 사람이다.

02








: 조게이츠










 그 날 이후로 학교에서 찬열과 백현이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백현은 쪽팔리기도 했고 찬열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저를 그렇게 짓밟았던 녀석들이 어떤 녀석들인지 백현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알바를 하는 편의점은 소위 말하는 부자 동네에 있는 곳이며, 그 주위의 학교도 물론 사립학교로 집에 돈 좀 있는 녀석들이 다니는 곳이었다. 그리고 주도를 했던 그 녀석은 우연히 편의점 앞에서 크게 통화를 하던 것을 들었고, 대충 어떤 녀석인지 짐작을 하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찬열과 같은 부류였다. 열등감 아닌 열등감. 찬열이 정말 온순한 편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있는 것들이 더 한다는 것.




 찬열은 백현에게 더욱 더 다가가고 싶었지만 그러면 안될 것 같아서 주위를 맴돌기만 했다. 조금이라도 다가가려고 하면 고운 눈매가 매섭게 변해서 저를 쳐다봤고, 혹시라도 눈이 마주치면 싸늘한 눈길 한번을 보여주고서 시선을 돌렸었다. 고개를 휙, 바로 돌려버리는 것이 아닌, 싸늘한 시선이 머물렀다가 스치듯이 돌아가는 시선 때문에 더 어찌할바를 몰랐다. 하지만 손가락끝과 손바닥이 간지러운 것처럼 계속 백현에게 다가가고 싶었고 동그란 정수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백현의 눈은 다가오면 죽여버릴 것만 같아서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찬열이다.




 백현이 점심은 제대로 먹고 다니는지, 또 그 형이 가서 괴롭히지는 않는지, 백현은 몇 시까지 알바를 하고 집에 돌아가는지, 점점 백현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증이 커져가는 찬열이다. 집에 가는 길에 슬쩍 편의점 안도 쳐다봤지만 그만 둔 것인지 백현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있어서 괜히 실망하기도 하고, 예전에는 그래도 쉬는 시간에 종종 핸드폰 게임을 하거나 친구와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얼굴을 두어번 볼까말까 한다. 그러니 찬열은 이상하게 조바심마저 나기 시작하는데.




 그리고 시험기간이 다가왔다. 밤 늦게까지 공부를 하던 찬열은 과자가 먹고 싶었다. 집에도 먹을거리가 많았지만 슈퍼에 파는 봉지과자가 먹고 싶은 찬열은 밤 중에 집에서 잠깐 나와 백현이 있었던 그 편의점으로 향했다. 가까이 가던 중 유리 창 너머로 편의점 안이 보였고 백현의 얼굴이 보였다. 그만 둔게 아니었구나..! 하면서 얼굴이 밝아졌다가 곧바로 누군가의 손에 의해 얼굴이 훽 돌아가는 백현을 보고 걷던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그 손은 백현의 멱살을 잡았고 사정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다가가서 막아야 할것 같았지만 그러면 또 백현이 더 싫어할까봐 어쩔 줄 몰라하는 찬열이다.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하나 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백현이 중년남자의 손을 막으면서 팍 밀쳐낸다. 그러자 다시 남자가 달려들어서 백현의 머리채를 잡았다.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 없어서 핸드폰을 꺼내면서 달려가는 찬열인데 백현이 다시 한번 남자를 팍 밀쳐낸다. 남자는 다시 백현에게 달려들어 주먹으로 얼굴을 쳐버리고, 백현의 뒤의 담배 진열장에 부딪쳐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찬열이 얼른 편의점 문을 잡아 당기면 남자가 백현에게 욕지거리를 지껄이는 목소리부터 들렸다.  




 "지 엄마를 꼭 닮아서 고집이 더럽게 쎄서."




 문을 거의 다 연 찬열이 그 말에 들어가려던 몸을 멈췄다. 설마, 하고 남자를 쳐다보는데 남자는 백현에게서 멀어져 편의점 냉장고 쪽으로 가더니 소주 몇 병을 손에 쥐고 찬열이 있는 문 쪽으로 걸어온다. 묘하게 백현과 닮은 얼굴의 남자는 찬열을 한번 슥 쳐다보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스쳐 지나간다. 찬열을 스쳐지나가면서 풍긴 술냄새에 인상을 찌푸린다. 그러다가 곧 백현아! 하면서 카운터 쪽으로 다가가는데.




 벽에 기대어서 쪼그려 앉아 있는 백현이 무릎에 이마를 묻고 들썩이고 있었다. 가서 안아주고 싶은데 또 저번처럼 쳐낼까봐 찬열이 백현아.. 하면서 조심스럽게 다가가 앞에 무릎 하나를 꿇고 앉는다. 차마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입술을 안으로 말아 깨물면 백현이 고개를 들어서 두 손으로 눈가를 닦는다. 빨갛게 된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했고 터진 입술과 달아오른 뺨, 헝클어진 머리를 한 백현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백현이는 씨발... 너 꺼져... 하면서 말했다.




 "꺼져 씨발아..."

 "...백현아."

 "너는 씨발..."

 "백현아..."

 "저번에도 그렇고 나 이럴 때만 너는 나타나고 지랄이야..."




 빨갛게 축 쳐진 눈에서 눈물이 흘렀고 찬열은 결국 손을 뻗어서 백현을 끌어안았다. 백현은 꺼져, 꺼져하다가 찬열이 꽉 안아주자 목 놓아서 울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쓰다듬고 싶었던 머리칼을 찬열은 쓰다듬어 주고 열기로 가득한 등을 쓸어내려줬다. 백현은 찬열의 옷자락을 꽉 쥐고서 큰 소리로 울었고, 찬열은 백현의 울음소리에 저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






*






 그 날 이후로 백현은 찬열을 받아주기 시작했다. 아무에게도 보인 적 없었던 자신의 치부를 보이게 되어서이기도 하고, 그 날 찬열의 품에서 울었을 때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엄마 품처럼 따뜻해서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찬열은 제게 있었던 일을 아무에게도 떠들지 않았다. 사실 제게는 알콜 중독의 아버지가 있다는 사실과 여러가지들이 까발려질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던 백현이다. 제가 불우한 가정인 것은 공공연하게 아는 사실이었지만 더 바닥같은 수준인 것은 모두들 몰랐기 때문에 아무와도 친해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유일하게 종대만이 초등학생때부터 그 모든 사실을 보아왔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이었다.




 백현이 마음을 열기 시작하니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당연히 찬열 주위에 있었던 녀석들은 어느 날 둘이 아무렇지도 않게 매점에 가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었다. 찬열아 너 원래 변백현이랑 친했어? 라고 누군가 물었고. 찬열은 순간 멈칫했다가 금방 웃으면서 어 우리 원래 친했어! 하면서 넘겼다. 백현과 가까워지니 다른 녀석들이 찬열에게서 한둘씩 멀어졌다. 백현은 그런 찬열이 조금 신경쓰였지만 차라리 찬열은 잘 됐다고 생각을 했다. 어차피 제 집안이나 제 옆에 있으면 뭐라도 하나 떨어질까봐 싶어서 붙어 있는 녀석들 뿐이었기 때문에 있으나없으나 상관없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찬열은 무엇보다 백현의 점심을 해결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슬쩍 백현에게 급식 이야기를 꺼내니 백현이 찬열이 사준 우유를 마시다말고 휙 돌아봤다. 괜히 꺼냈나... 싶어서 한소리 들을 작정으로 입맛을 다시면서 보고 있으면 백현이 싫어, 하면서 담백하게 얘기했다. 아 왜... 너 점심 제대로 안 먹는거 엄청 신경쓰인단 말이야.. 석식도 안 먹고 바로 또 알바가면 몸이 너무 상하잖아.. 이것봐라 삐쩍마른거... 하면서 백현의 손목을 말아쥐면 손바닥 안에서 한참이 남는다. 야. 너도 키만 존나 컸지 나랑 별반 차이 없거든? 하면서 백현은 어이없어 하지만 찬열은 계속해서 신경이 쓰였다.




 "급식은 맛이 없어."

 "뭐? 맛있는데?"

 "별로. 간도 너무 세고..."

 "밍밍하게 먹어?"

 "어."




 그러자 찬열이 눈을 빛내면서 백현아! 하고 백현의 손목을 다시 잡았고. 얘가 왜 이래? 하는 눈으로 쳐다보면 찬열이 엄청 들뜬 목소리로 그럼 내가 도시락 네 것까지 싸올테니까 같이 먹을래?! 라고 말한다. 백현이 에? 하면서 가볍게 인상을 찌푸렸지만 찬열은 어딘가 기대에 찬 얼굴로 큰 강아지처럼 백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얘가 왜 이래...? 무슨 90년대 청춘물도 아니고...? 라고 생각을 하고 있으면 응? 우리 누나도 싱겁게 먹어. 아침마다 그거 같이 싸오면 되겠다! 하면서 멋대로 정해버린다. 그 말에 백현이 어이없음 반, 은근히 기분 좋음 반에 웃음이 터진다.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둘은 찬열이 싸온 점심을 같이 먹기 시작했고 더욱 더 사이가 깊어지는데.




























***

반갑습니다 조게이츠입니다.

2편이 나왔네요. 나왔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개무량합니다.. 찬백고마워...행쇼....사랑해..아냐 니들 사랑하세요...

형편없습니다만,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다음편이 또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행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