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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51031 : 푸른사자 : 냉동인간 썰 1부

*트위터에서 풀었던 내용인지라 오탈자 및, 음슴체, 반말체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극중 모든 것들은 허구임을 알려드립니다. 과학적 근거는 뒷받침되지 않는 순도 100%짜리 허구입니다.

 



찬열이는 겨울의 어느 눈 내리던 날 태어났는데 자신이 태어나던 날 온 세상에 흩날리던 눈꽃송이처럼 어여쁜 아이였지. 이 어여쁘던 아이는 안타깝게도 몸이 약했어. 어머니의 배 속에서 다 자라질 못하고 태어났거든.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의 출산이 한, 두 달 정도 남아있었을 때 사고를 당했어, 뺑소니 사고 말이야. 그녀가 발견되었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고, 병원에서는 가까스로 그녀가 품고 있던 아이만을 구할 수 있었어.

 

차마 다 자라지 못하고 세상과 만난 아이는 그 때문에 몸이 많이 약했어. 특히나 심장이 말이야. 그래도 아이는 밝게 자라났어. 동네의 소문난 장난꾸러기기도 했지. 그래서 주변에 친구들도 많았고 말이야.

 

아이의 아버지는 언제나 아이를 걱정 했지만 다행히 아이는 몇 번씩 병원신세를 지기는 했어도 아버지가 걱정했던 것만큼 크게 상태가 악화되지는 않았어. 그런 아들을 바라보며 아버지는 자신이 진행하던 연구에 박차를 가해. 그는 유명 생명 공학자였는데 현재 그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성공만 해준다면 열이도 지금처럼 위태로운 삶을 살지 않아도 되었거든.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삶을 사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언제나 당부 했어. 사랑에 빠지지 마렴. 심장이 빨리 뛰는 건 위험한 일이었는데 사랑만큼 다양한 감정으로 사람의 마음을 빠르게 뛰게 하는 것도 없잖아.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찬열은 사랑이라는 감정과는 꽤나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 하지만 큐피드의 화살은 언제 어떻게 관통할지 모르는 법.

 

대학생이 된 찬열이는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가 그곳에서 생애 처음으로 사랑과 마주해. 그리고 그런 그의 상대는 변 현이라는 이름을 가진 대학생이었는데, 미술학도였지. 그를 만날 때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숨쉬기가 어렵고, 세상이 노래져도 찬열이는 계속해서 그에게 다가가. 그 모든 걸 감수하고도 그가 너무 좋았거든. 그걸 알아챈 그의 아버지가 어떻게든 그를 말려보려 했지만 역 부족이었어.

 

찬열과 현은 친한 친구를 거쳐 연인이 되지. 비록 스킨십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그들은 행복했어. 특히나 찬열이는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그 감정 속에 빠져 행복함으로 허덕였지. 상태가 악화되어 그의 호흡을 도와줄 장치를 들고 다니면서도 말이야. 그런 아들의 모습에 아버지도 더 이상은 말릴 수가 없었지.

 

마치 풋풋한 소년들의 사랑 같았던 그들의 사랑이 조금 더 깊고 진지하게 된 건 스키장에서의 일 이후였어.

 

둘은 겨울을 맞아 스키장을 갔었는데 낮 동안 신나게 스키를 타고 밤에 숙소에 나란히 누웠는데 둘 다 잠이 오질 않는 거야. 그래서 둘 모두 누워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앉아서 편하게 애기나 나누자고 제안하는 현이에 맥주 한 캔씩을 손에 들고 재잘 되기 시작했지 그러길 한참 술기운으로 얼굴이 빨개진 현이가 끝말잇기를 하자고 제안했어. 한참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현의 차례가 돌아왔지.

 

: 스키

 

키로 시작하는 단어를 한참이나 생각하던 찬열이 답했어.

 

: 키스

 

별 의미 없이 말한 단어였는데 말하고 보니 쑥스러워 열이 얼굴이 새빨개져. 현이도 비슷한 상황이었지. 현이는 이 숨 막히는 어색함을 무마하려 빨리 다음 단어를 말하려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스로 시작하는 단어가 생각이 나질 않는 거야.

 

: , 스키!

 

그래서 할 수 없이 다시 스키를 외쳤어

 

: 키스

 

그런데 이게 무슨. 찬열이도 다시 키스로 단어를 잇는 거야. 현이가 토끼 눈이 되어 옆을 쳐다보자 아까 전 그 얼굴이 새빨개진 소년은 어디 갔는지,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찬열만이 보였어

 

: 스키

 

그래서 다시 현이도 스키를 외쳤어.

 

: 키스

 

둘이 그렇게 몇 번을 주고받았을까. 그런데 이게 처음에는 둘 다 장난으로 시작한 거였는데 계속 키스, 키스거리니까 분위기가 묘해진 거야. 현이가 옆을 힐끗 보자 찬열이는 평소와 다르게 약간 굳은 표정이었는데 그것마저도 잘생겨 보여 혼자 마음속으로 발을 동동 구르던 현이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입매를 일자로 만들고 다음 단어를 이어.

 

: 스키

 

그리고 찬열이 다음 단어를 말하기도 전에 무릎걸음으로 아주 조금 찬열이에게 다가서더니 찬열의 두 뺨을 어색하게 잡아. 그리고 중얼거렸지

 

: 키스

 

그리고 그대로 고개를 숙여 열이에게 입을 맞췄어. 둘 다 키스는 처음인 쑥맥들이었던데다 혹시라도 열이 호흡에 문제가 될까 금세 두 입술은 떨어지긴 했지만 뜨거운 숨결과 몽롱한 눈빛만은 남아있었지.

 

그 일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좀 더 진전 되었어 뭐랄까 좀 더 진지해졌달 까 그리고 그러기를 일 년하고도 조금 더 지난 어느 날 밤 두 사람이 나란히 그네에 앉아있던 중 현이가 문득 주먹 쥔 손을 내밀어.

 

: 뭐야?

: 한 번 펴봐

 

발장난만 하며 땅을 보고 있는 현이를 한 번 본 찬열이 조심스레 현이의 주먹 쥔 손을 폈어.

 

: 반지네?

 

그 안에는 반지가 하나 들어있었지. 어두운 데서도 확연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물체에 찬열이 멍청히 물었어.

 

: 근데 우리 이미 반지 있잖아

: 그건 그냥 커플링이고. 이건.

 

현이가 침을 한 번 꼴깍 삼켜.

 

: 청혼 반지

 

찬열이 멍하니 현이를 봐. 그리고 현이의 얼굴이 점차 달아오르기 시작하지.

 

: , 너 나랑 결혼해서 같이 살자. 아침에 눈 뜨면 가장 먼저 눈 마주치고, 밤에 눈 감기 직전까지 함께 하고. 그러면서 행복하게. 같이 살자.

 

잠시 가만히 앉아있던 찬열이 현이의 손에서 조심스레 제 손을 거두었어.

 

: 현아

 

사실 찬열이라고 왜 이 반지가 안 받고 싶겠어. 거기다 찬열이도 요 몇 달간 계속 청혼을 할까 말까 갈팡질팡 중이었거든. 하지만 차마 받을 수 없었어.

 

: 나는 요 몇 달간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아 내 심장이 조금만 더 튼튼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너에게 아무 고민 없이 청혼할 수 있었을 텐데하고.

: 찬열아

: 나는 이 반지 받기 겁나. 내가 너한테 짐이 될까 겁나고, 그런 내가 너한테 귀찮은 존재가 될까 겁나.

 

찬열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알기에 현이도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언제, 어디서 급작스럽게 쓰러지거나, 설사 죽더라도 이상할거 하나 없는 몸 상태라는 거는 현이도 잘 알고 있었거든. 그리고 현이는. 이제 그 짐을 조금은 덜어주고 싶었어. 아주 조금이라도 말이야.

 

: 짐 같은 소리한다. 내가 설사 지금 너랑 결혼 안 한다고 해도 나는 너랑 계속 연애할거야. 그리고 계속 걱정하겠지. 애가 전화를 안 받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지금쯤이면 집에 잘 들어갔을까? 혹시 가다가 쓰려져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러기 싫어서 내 옆에 붙여놓겠다는 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빨리 받아. 나 팔 떨어진다.

 

찬열이가 주춤거리며 갈팡질팡하자, 기다리고 있던 현이가 한숨을 한 번 쉬더니 그의 손을 뺏더니 그 손에 반지를 껴주었어.

 

: 빼지마. 빼면 아주 국물도 없는 줄 알아.

 

어색한 협박에 열이가 피식 웃었어.

 

어쨌든간 두 사람은 그렇게 반지를 새롭게 나눠끼게 되었고, 결혼 준비를 시작했어. 모든 준비는 순조로웠지. 그리고 더불어 긴 세월동안 미제였던 열이네 어머니의 뺑소니 사건도 범인에 대한 단서가 잡혔다는 소식이 들려왔어. 현이는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어.

 

모든 게 너무나 순조로웠던 결혼 준비가 끝나고 결혼식 당일 날, 식장 앞에서 친구들을 맞이하던 찬열에게 전화가 한 통 왔어. 형사였지. 그는 범인을 알아냈다는 말을 하며, 그의 이름을 말했는데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찬열은 충격에 빠졌어. 주변에서 친구들이 툭툭 쳐도 모를 정도였지.

 

그러기를 한참. 찬열은 달렸어. 심장 때문에 그렇게 달려본 건 일평생 처음이야. 그렇게 달려간 곳은 집이었지. 숨을 몰아쉬며 뛰어 들어오는 찬열에 마침 식장으로 출발하려 길을 나서던 그의 아버지는 깜짝 놀라, 그에게 다가갔어.

 

: 찬열아! 이게 무슨!

 

하지만 돌아오는 건 차디찬 말뿐이었지

 

: 아버지가 사람이세요? 어떻게 아이를 임신한 자기 부인을 치고 도망을 치실 수가 있으세요! 아무리 미우셨어도!

 

아까 형사가 말한 이름은 찬열의 아버지 이름이었어.

 

: 그동안 제 얼굴 어떻게 보셨어요? 그렇게 미워하던 여자의 아들을 어떻게 견디셨냐구요

: 미워한 적...없다. 어떻게 미워하겠어. 그토록 사랑스러운 여자를.

: ...

: 내 전부를 걸고 사랑한 여자야. 네 엄마를 위해서라면 못할게 없었지.

: ...그런데 왜

: 그런 여자가 나를 떠나겠다고 하더구나.

 

찬열은 순간 심한 통증을 느끼며 반쯤 쓰러졌어. 간신히 옆벽을 짚고 버티는 중이었지. 하지만 뒤돌아 서있는 그의 아버지는 그를 보지 못했어.

 

: 내가 그때 무슨 생각 중이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구나.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건 후회는 하지 않는다는 거야.

 

이제 찬열이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간신히 숨을 몰아쉬고 있었어, 무릎걸음으로 약이 있는 거실 테이블까지 힘겹게 가기 시작했는데 그 길은 너무나 멀었지

 

: 잘못된 방식이었어도 그게 내 사랑이니까.

 

가까스로 도달한 목적지에서 찬열이 온힘을 다해 손을 뻣었어. 하지만 그 손은 차마 약통에 닿지 못하고 허공에서 떨어지며 테이블 위에 있던 모든 것들을 떨어트렸어. 그 소리에 찬열의 아버지도 뒤를 돌아봤어.

 

: 열아!

 

점차 흐릿해지는 시선으로 달려오는 아버지와 흩어져 있는 하얀 알약들이 보여. 그리고 현이가 떠오르지. 저 알약처럼 하얀 양장을 입고 식장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 현이가. 마지막으로 그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현이와 나눠 낀 그 반지가 보이고 찬열이는 그대로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가. 그의 아버지가 급하게 응급조치를 했지만 소용없었어. 그의 아버지는 절망에 빠져. 그렇게 사랑하는 여자를 쏙 빼닮은 아들이 손쓸 방도도 없이 죽어가는 것을 봐야하는 건 그에게 지옥이나 다름없었지. 그리고 그런 지옥의 한가운데로 전화벨이 시끄럽게 울려.

 

하지만 누구도 그 전화벨 소리에 신경 쓰지 않지. 멍하니 자신의 아들만을 지켜보던 아버지가 마치 뭐에 홀리기라도 한 것 마냥 그의 아들을 들어 올리더니, 그의 집 지하실에 있는 실험실로 옮겨. 그리고 베드에 눕히더니 마치 잠든 것 같은 그 얼굴을 한번 조심스레 쓸어내렸어. 그러다 가위를 가져와 떨리는 손으로 찬열의 약간은 긴 머리칼을 잘라. 아주 짧게. 그는 지금 그의 아들을 얼릴 생각이었어. 일명 냉동인간을 만드는 거야. 사실 최근 찬열의 상태는 너무 악화되어 있었어. 그런데 이렇게 쓰러졌으니. 살아날 가망이 없었지.

 

그런데 혹시라도 시간이 조금 흐르고 의술이 발달한다면 그때는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어찌 보면 헛된 생각에 모든 기대를 걸고 그의 아버지는 미친 짓을 하는 중이었어. 아직 해동방법은 나오지 않은데다가 그가 원하는 시점이 언제 찾아올 지도 모르니 어쩌면 그가 살아있는 동안 찬열을 다시 깨우지 못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 그에게는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지.

 

그날. 찬열이는 얼어버려. 아주 꽁꽁.

 

식장에서 저만을 기다리던 현이에게 인사 한 번 건네지 못하고 아주 깊은 잠에 빠진 거지. 그가 잠든 후 그의 아버지는 흔적하나 남기지 않고 자신의 아들과 함께 사라져 버렸고, 현이는 계속해서 찬열을 찾아 헤맸지만 그가 찾은 건 지하실에 있던 머리칼 몇 가닥이 전부였지. 그래서 현은 차마 자신의 손에 잡히는 그 머리칼들을 놓아버릴 수가 없었어. 그걸 놓아버리면 찬열을 영영 놓아버려야 할 것 같아서.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주 짧고도 긴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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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하하하항. 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극 중 내용은 모오오오오두 허구입니다. 자료조사를 하지 않고 풀었던 썰인지라 ;ㅅ; 모든 오류는 눈 감아 주시면 제가 굉장히 감사드릴 것 같...!!!(저 자를 매우 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