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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51219 : 푸른사자 : 조커와 할리퀸 유사 AU 1부

* 트위터에서 풀었던 썰인지라 오탈자 및 반말체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 사전조사 없이 풀기 시작한 썰인지라 배경이 되는 감호원 관련 것들은 모두 다 허구입니다.

 


조커와 할리퀸 유사 AU 1부

#1rt_스토리를_이어간다

w. 푸른사자

 



일단 백현이는 감호소에 소속된 닥터로 과는 일반과야. 같은 감호소 감정과에서는 누나도 일하고 있지. 이 남매는 부모님이 성인이 되기 전에 돌아가셔 서로 의지하면서 자라서인지 서로를 굉장히 과하게 아끼고 의지해. 오죽하면 백현 쌤이 자리에 없으면 누나를 찾으면 되고, 누나가 자리에 없으면 백현 쌤을 찾으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야. 거기다 재미있게도 둘은 얼굴도 상당히 닮아 있었어. 감호소 사람들이 쌍둥이 아니냐고 농담할 정도로 말이야.

 

어찌되었든 그날도 별로 특이한 날은 아니었어. 백현의 누나는 점심시간 끝 무렵부터 오후에 있을 신입 피치료감호자의 분류를 위한 상담 전에 여러 페이퍼들을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있었고, 백현이는 그 옆에 걸터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지.

 

사실 백현이도 슬슬 본인 근무지로 돌아 가야했어. 그런데 온 감호소에 미남으로 소문이 자자한 신입 피치료감호자가 너무 궁금한 거야. 그래서 스쳐지나가는 척 얼굴 한 번 보겠다며 누나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눌러 붙어있는 중이었지.

 

그때 밖이 한순간에 소란스러워지더니 감호사들이 큰 소리로 일반과를 찾는 소리가 들렸어. 그에 백현이가 반사적으로 문 밖으로 뛰쳐나갔지. 문을 나서자 조금씩 보이는 붉은 자욱을 신경질적으로 따라가자 무언가를 한겹 둘러싸고 있는 감호원들이 보였어. 그들은백 현이를 알아보고 길을 터줌과 동시에 딱 달라붙었지. 보호의 목적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일단 환자를 확인하는데 방해가 되는지라 백현이가 떨어지라는 듯 손을 휘저었어.

 

감호원들은 망설이다 위험한 놈이니 어쩌니하는 시답지 않은 경고를 하고서야 거리를 두고 떨어졌어. 그제야 반경이 조금은 넓어진 백현이가 한숨을 내쉬며 환자를 자세히 보기 위해 그 앞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았어. 환자는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었는데, 쭉 뻗은 긴 다리나 숙여진 고개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오똑한 콧날이나 긴 속눈썹이 매우 인상적인 남자였어. 백현이는 아마도 이 남자가 소문속의 신입일 것이라고 추측하지. 그리고 진짜 잘생겼다 생각해. 거기다 남자가 입고 있던 흰 옷이나 금발, 핏기가 가신 입술은 남자를 비현실적 미남으로 만들어주고 있었지.

 

잠시 그 모습에 쭝쭝대던 백현이가 곧 제 손에 닿은 남자의 체온에 식겁하며 출혈부위가 어딘지 부터 확인해. 출혈은 허벅다리 쪽부터 시작된 걸로 보였어. 백현이는 더 정확한 출혈부위를 잡아가며 그의 뒤를 따라 나와 지금 감호원들 사이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러셔 서 있는 누나에게 진료실에 비치되어있는 응급처치용품들을 가져다달라 부탁하지. 그리고 저는 임시적으로 손으로라도 지혈을 하며 옆에 있던 감호사에게 물어 남자의 이름을 불렀지.

 

: 찬열씨? 내 말 들려요?

 

계속해서 불려지는 이름에 찬열이가 몸을 꿈틀거렸어. 그에 백현이가 다시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제대로 된 대답이 아닌 아프다는 말만 반복했어. 백현이는 한숨과 함께 그러길래 왜 허벅지에 흠집을 내냐고 중얼거리며 손에 무게를 조금 더 실었어. 찬열이는 순간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뒤를 젖혔어. 그 상태로 이를 악무는걸 보고 백현이는 저러다 혀를 깨물지는 않을지 고민하다 최소한 이는 상하겠다 싶어 주머니에서 아무거나 꺼냈는데 누나의 손수건이 나왔어. 백현이가 그걸 열이 입에 가져다댔지.

 

: - 해요

 

하지만 찬열이는 입을 열 기미지차 보이지 않았어. 마침 누나가 가져온 키트에서 압박붕대를 찾은 백현이는 그걸 제 옆에 감호사에게 주며 제가 지금 압박하고 있는 것을 그걸로 지혈하게했어. 그리고 저는 자유로워진 손으로 찬열이의 턱뼈의 마디쯤에 힘을 강하게 줬지. 자연스럽게 벌어진 입 속으로 백현이가 손수건을 물렸어.

 

그러다 찬열이의 시선이 백현이와 마주쳤어. 백현이는 마치 잘했다는 듯 가벼운 손길로 찬열이의 뺨을 토닥여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감호사들에게 찬열이를 들것으로 치료실까지 옮기게 했어. 이윽고 찬열이가 먼저 옮겨지기 시작하고, 백현이는 누나를 진정시키고 따라갔어.

 

그곳에서는 이미 다른 닥터들이 제대로 치료를 하고 있었지. 치료가 끝난 후 찬열이는 지친건지 까무룩 잠이 들었고, 링거 하나를 다 맞고서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 그런 찬열이 옆에서 백현이가 수액을 바꿔주고 있을 때, 옆에서 그의 손을 잡는 미약한 힘이 있었어. 그에 고개를 돌리자 찬열이가 눈이 부신 듯 찡그리듯 눈을 뜨고는 백현이를 보고 있었지.

 

: ..희 선생님?

 

찬열이가 손수건에 적혀있던 이름으로 백현이를 불렀어.

 

: 그 이름 너무 여자 이름 같지 않아요?

 

찬열이가 머뭇거렸지.

 

: 그건 우리 누나 이름. 아까봤죠? 웨이브 굵게 진 갈색 머리의 가운 입은 여자.

 

찬열이가 어색하게 아아 거렸어. 백현이는 웃었지. 미묘하게.

 

: 그렇게 작위적인 반응은 사양인데.

 

그렇게 말한 백현이는 옆에 놓여져 있던 손수건을 쥐고는 돌아가려했어. 하지만 아직 저를 잡고 있던 찬열이의 손이 남아있음을 깨닫고 뭐냐는 듯 쳐다봤지.

 

: 이름이?

 

백현이가 가운의 가슴팍을 보여줬어. 그곳에는 푸른실로 이름 석 자가 박혀있었지.

 

: 백자를 돌려쓰시나 봐요.

: 뭐 그럴려고 그런 건 아닌데...짓다보니까, . 그런데 내 이름은 왜요.

: 감사해서요

 

찬열이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어.

 

: 뭐가?

 

백현이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팍팍 지었어. 허리는 찬열이 쪽으로 구부려 얼굴을 가까이 가져대 댔고

 

: 살려주셔서 감사드려요

 

백현이가 아랫입술을 쭉 내밀고 장난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찬열이가 한 말을 몇 번 중얼거렸어. 그러다 한 순간에 표정을 바꿨지.

 

: 거짓말

: ?

 

찬열이가 천진난만하게 눈을 깜빡였어.

 

: 너 연기 되게 잘한다. 내가 여기서 일하면서 꽤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봤거든? 그런데 그중에서 연기는 네가 제일 나아. 인정.

 

찬열이의 표정이 일그러졌어. 그리고 뭐라 화내려는듯 입을 열려할 때 백현이가 선수를 쳤지.

 

: 너 딱 죽지 않을 만큼만 그었잖아.

 

백현이가 아예 베드 한켠에 주저앉으며 그렇게 말했어. 입에는 대놓고 비웃음이 걸려있었지

 

: 지금 무슨 말씀을.

 

환자 특유의 파리한 얼굴로 화내듯 낮게 말하는 찬열이를 거들떠도 보지 않고 저래도 잘생겼네라고 중얼거리던 백현이가 가벼운 손길로 열이의 허벅지를 쓰다듬듯 하자 찬열이가 미묘한 표정으로 쳐다봤어.

 

: 상처가 너무 이상하잖아...공격에 의한 거라고 하기에는 너무 상처가 깔끔하고, 자살기도라고 하기엔 너무 얕고, 죽는 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를 가진 자해라고 하기엔 너무 깊어, 네 상처. 물론 뭐 심리상태나 그런거의 영향으로 더 박혔다거나 덜 박혔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긴한데 망설인 자국도, 겁먹은 흔적도 없잖아.

 

허벅지쯤을 쓰다듬는 백현이의 손에는 붕대의 감촉이 느껴졌어. 찬열이의 표정은 호수같았지.

 

: 너 그냥 쇼한거잖아.

 

백현이가 자리에서 일어섰어.

 

: 내가 말했잖아. 여기서 별의 별 사람을 다 봤다고. 그런데 그 중에 너 같이 쇼한 애가 없을 것 같아?

 

그렇게 말한 백현이가 자리를 뜨려할 때 찬열이가 입을 열었어.

 

: 쇼한건 맞는데

 

찬열이가 무신경하게 뒤돌아서 고개만 돌리고 있는 백현이를 봤어.

 

: 찌르던 놈이 손 떨어서 더 깊숙이 박히는 바람에

 

찬열이가 싱긋 웃었어.

 

: 횡천 길 가나 싶었던 거 살려줘서 고마운 것도 사실이었는데 어쩌나

 

찬열이가 싱글벙글 웃었어. 이제 무신경한 표정이 된 건 백현이야. 하지만 찬열이처럼 완벽한 것이 아니라 미묘한 균열이 있었지.

 

: 아쉽네. 반 밖에 못 맞춰서

: 그죠? 근데 나는 좀 다행이다? 왜 인줄 알아요?

: 알아야해?

 

찬열이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격하게 흔들었어

 

: 만약에 정답이었으면 내가 기분이 상해서 죽여 버렸을 거야. 우리 귀여운 선생님이 그렇게 되었으면 나는 슬퍼서 미쳐버렸을지도 몰라.

: 지금도 충분히 제정신은 아닌 것 같은데.

: 내 기준에서는 지금 충분히 제정신인데.

: 미안, 네가 피치료감호자라는걸 내가 잠깐 까먹고 있었다.

 

건성으로 대답한 백현이는 뒤돌아 가버리기 시작했어.

 

: 또 봐요 귀여운 선생님

: 그래, 그러던가.

 

말은 태평히 하면서도 손은 손수건을 꽉 움켜쥐고 있는 백현의 모습에 찬열이 뒤에서 유쾌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어. 그리고 백현이는 문득 생각했지. 어쩌면 찬열이는 제가 본 아니 앞으로 볼 케이스들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고 재밌는 케이스일지도 모르겠다고.

 

어쨌든 그 후 열의 상처는 착실하게 아물어갔고, 조사결과도 나왔는데, 유가족이었던 감호소 사람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결론이 났지. 그걸 듣고 백현이는 의아해했어. 일전에 찬열이가 말하던 걸 떠올려보면 찬열이는 마치 그게 전부 그의 계획하에 이루어진것 마냥 말했는데 우발적인 범죄를 도대체 어떻게 계산하고 계획에 넣었냐는 거지. 그렇다고 그때 찬열이 한 말이 거짓이라거나 한 거 같지는 않았거든.

 

백현이가 잠시 골머리를 썩는 동안 찬열이가 또 사고를 치지. 지난번처럼 큰 건 아니고 그냥 벽에 머리를 박는 바람에 난 상처 때문에 백현이에게 왔어. 소식을 들은 백현이는 대충 멍들거나 까진 정도겠지 하며 느긋하게 나왔다가 피범벅이 된 얼굴로 웃으며 손 흔들고 있는 찬열이를 보고 문자 그대로 기함을 했지.

 

: 안녕, 의사 선생님. 의사 선생님 당번 날에 맞춰서 왔어. 잘했지?

 

그 몰골을 하고도 해맑게 웃는 찬열에 백현이는 목 끝까지 올라온 욕을 간신히 참아내며 뭘 어쩐 거냐고 물었다가 저게 정말 지능범으로 죄질이 나빠 형량 늘은 인간이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했어. 벽에 머리를 박았다네. 수십 번.

 

: 오늘은 왜 또 그랬는데

 

치료를 해주며 백현이가 오늘의 이유를 물었지. 사실 찬열이는 뻔질나면 치료를 받으러 오곤 했어. 이유도 큰 게 아니라 사소한 것들이었지. 손을 너무 많이 물어뜯어 손톱이 다 상하는 수준을 넘어, 손톱이 빠져버리고 피가 말라비틀어져 쉰내가 나는 마당에 멀쩡한척하다 강제로 끌려 오기도하고, 배 아프다고 굴러다니다 왔으면서 어라리요? 선생님 보니까 괜찮아졌다 !하기도 하고 말이야.

 

무심하게 묻는 백현이를 올려다보던 친열이가 마치 비밀스러운 말이라도 하려는 듯 얼굴을 벡현의 귓가에 가져다 대지.

 

: 벌레를 죽이려고

: 벌레?

 

백현이가 흥미롭게 쳐다봤어

 

 

: 여기엔 벌레가 살아. 그래서 언제나 윙윙거리는 데.

 

찬열이 제 머리를 검지로 톡톡 치며 끔찍하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어.

 

 

: 불을 질러도, 물에 빠져도, 총을 쏴도, 칼로 베어도 죽지를 않아

: 해봤어?

: 실험해봤지

 

백현은 아까 찬열이가 한 말들이 그가 저지른 죄목들과 같다는 걸 깨달았어.

 

: 너 생각보다 더 미쳤구나?

: 내 실험정신이 나빠?

: 몰라서 묻는다는 말은 제발 하지 말아줘.

 

백현이 치료가 끝난 찬열의 이마를 가볍게 톡 치고 뒤돌아섰어.

 

: 그럼 너도 나쁜 거네?

: ?

 

주위를 정리하던 백현이 그 말에 순간 멈칫했어.

 

: 내 실험이 나쁜거면 그 실험에 흥미를 가진 너도 나쁜거지

: 내가 언제

 

화를 내려던 백현은 찬열과 저 사이가 지금 너무 가까움을 깨닫고 흠칫해

 

: 난 알아. 누구 머릿속에 벌레가 있는지

 

백현이와 찬열이의 눈이 마주쳤어. 그리고 백현은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지.

 

: 네 머릿속에도 벌레가 있어 그리고 너도 알았던 거야. 너랑 같은 벌레가 나에게도 있다는 걸. 그래서 나를 계속 관찰한 거고. 내가 틀렸어?

 

백현은 찬열의 눈이 제 것과 너무나 닮아있음에 소름이 돋았어. 그리고 찬열은 다 안다는 듯 백현의 이마를 톡톡 쳤어.

 

: 뒤에 말은 뭐.. 인정. 그런데

 

백현이가 찬열이를 밀쳤어

 

: 나쁜 건 내가 아니야, 너지

 

찬열이가 비웃었어.

 

: 너는 했잖아, 나는 하지 않았고

 

백현이가 어깨를 으쓱였어.

 

: 그런데 동일한 취급은 곤란하지

: 우리 의사선생님 되게 내가 처음에 생각한것보다 더

 

찬열이가 눈을 가늘게 떴어.

 

: 밥맛이다

: 칭찬 고마워

 

: 칭찬 아닌데 우리 의사 선생님 언어 능력이 좀 많이 부족하신가?

: 그럴리가

 

찬열이가 팔짱을 끼고 눈을 내리깐 채 백현이를 봤어.

 

: 너는 정상적 세계관, 윤리적 의식을 가지고 사는 놈이 아니잖아 그런데 그런 너한테 그런 소리 들었다는건 내가 지금 세상을 매우 정상적으로 살고 있다는 반증 아닌가?

 

백현이가 어깨를 으쓱여 보인 뒤 문을 열어줬어. 가라는 뜻이었지.

 

: 아직은 버틸 만한가보네.

 

찬열이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백현의 행동을 따라했지.

 

: 곧 너는 벌레들의 윙윙거림이 사람의 말로 들리게 될 거야.

 

조요히 가나 싶었던 찬열이 한 순간에 허리를 숙여 백현의 귓가에 소근 거렸어.

 

: 그리고 참을 수 없게 될 거고. 포기하게 될 거야.

: 무엇을

: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쇼를

 

찬열이 백현의 머리를 엉망으로 헝클어트렸어.

 

: 쇼는 나만 하는 게 아닐텐데. 남매가 아주 좋은 배우던데?

 

찬열이가 웃으며 나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