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도라도 썰 1부
엘도라도를 듣다가...
혀니는 어렸을 적부터 자주 꿈을 꿨는데 황금도시에 대한 꿈이었음. 조금 자고나서야 그게 엘도라도라고 불리는 걸 알았고 엘도라도가 진짜 있다고 믿게 되었음. 혀니는 전공을 고고학 관련 학과였는데 자신이 언젠가는 엘도라도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음. 그리고 혀니가 속한 팀은 중국으로 현장탐사? 같은 걸 나가는데 매우 더운 여름이었음. 일하다 중간에 땀을 식히면서 흙먼지 생긴 곳을 보는데 그곳에서 아지랑이처럼 큰 마차들이 지나다니는 게 보임.
신기해서 가까이 다가가던 배켠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마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말에 부딪쳐 정신을 잃고 말어.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완전 다른 곳이었다.(두둥)
엘도라도는 빛과 황금의 도시. 빛의 신을 섬기고 왕권과 신권이 분리된 도시. 혀니가 꿈에서 본 황금 도시였지. 혀니는 그곳 신관에게 주워졌어. 그곳에는 의사가 없어 신관이 신성력으로 사람들을 치유해주거든. 근데 혀니에겐 신성력이 듣지 않았지.
혀니는 엘도라도의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신성력이 듣지 않는 사람에 대해 왕에게도 그리고 제사장에게도 알려졌어. 신성력이 듣지 않는 사람은 악마 또는 신의 종(신이내린사람)이라서 혀니에 대한 이야기는 떠들썩했어.
왕권과 신권이 나누어져 있으니 왕과 제사장의 사이는 당연히 좋지 않았어. 신권이 강할수록 왕권은 약해지니까. 그리고 지금은 전쟁에서 여러번 이긴 왕권이 강할 때였어. 왕은 국민들에게 신권이 강할 때 타국과 전쟁을 해서 이김으로써 민심을 돌리고
전쟁에 이기면서 세력이 세지자 왕권을 강화시켜 내정을 시작했지. 자연스레 신권은 약화되었고 그때 마침 혀니가 나타난거야. 신성력이 듣지 않는 혀니를 향해 제사장은 신이 내린 사자라며 소문을 퍼뜨렸어. 그리고 왕은 직접 혀니를 만나려했지.
왕에겐 이 시점에서 혀니가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제사장의 개수작처럼 보인 거야. 왕권이 강화되는 것을 염려한 제사장파의 허튼짓이라고 생각한거지. 그러니 왕권을 위협하는 혀니의 존재가 달갑지 않았어. 제사장파들은 왕이 혀니를 만나는 것을 막으려 들었지만
왕의 무력 앞에서는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지. 그리하여 한밤중에 신전으로 처들어간 왕은 혀니를 마주하게 돼.
한편 정신을 차려보니 모르는 세계로 온 배켜니는 무섭기도 했지만 자신이 꿈속에서 본 나라와 너무 똑같아서 놀라. 게다가 알 수는 없지만 이곳 사람들은 자신을 환대해주고 있어. 그래서 참 정이 많은 나라라고 생각을 하지. 마차와 부딪치며 다쳤던 것도
점차 나아가고 고고학 전공인 혀니는 고고학 전문답게 발달된 엘도라도의 문명에 대해 호기심을 느껴. 그리고 무슨 조화인지 분명히 한글이 아닌 다른 문자인데 혀니에겐 배웠던 글자처럼 술술 읽혀서 혀니는 신전에 배치된 성서? 같은 것도 읽고 한가로운 나날을
보내. 그러던사이 왕이 들이닥친거야. 왕은 신전에 있던 사람들과는 달리 싸늘한 눈빛으로 혀니를 봤어. 그리고는 물었지.
"네가 신이 내린 사자냐?"
한 눈에 봐도 귀한 옷과 보석으로 치장한 왕은 혀니가 보기에 높은 사람 같았어. 혀니가 대답할 새도
없이 왕과 함께 들이닥쳤던 무장한 사내 하나가 신관을 한 명 혀니 앞으로 끌고왔어. 그리고 왕은 신관에게 명령해.
"저 자를 치료해 보거라."
왕의 명에 신관은 벌벌 떨면서 다친 혀니를 치료하기 위해 신성력을 써. 그러나 혀니에게 신성력은 통하지 않아.
그러나 그마저도 신관의 수작이라고 생각한 왕은 신관을 뒤로 물렸어.
"네가 정녕 신이 내린 사자가 맞다면 증명해 보거라."
보통 신관이나 제사장의 가장 기본능력이 남을 치유해주는 능력이야. 왕은 검을 꺼내서 스스로 제 손목을 그었어.
피가 쏟아지며 왕이 한 말에 혀니는 멘붕이었지. 신이 내린 사자라니 자신은 처음 듣는 소리고 뭘 어떻게 증명하라는 건지도 몰랐어.
"네가 증명하지 못한다면 신성력이 듣지 않는 너는 악마라는 소리겠지."
왕이 덧붙이는 소리에 혀니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어. 어떻게 증명하라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왕에게 다가간 혀니는 왕의 앞에서 무사들에게 무릎이 꿇려졌어. 혀니의 눈앞에는 검에 베여 송송 피가 나는 손목이 들이대졌지. 일단 혀니가 왕의 손목을 잡았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아무거나
증명되라고 혀니가 생각한 순간 혀니의 몸에서 섬광이 퍼졌어. 혀니와 왕의 몸이 빛에 잠기고 금세 빛은 꺼지며 혀니는 정신을 잃었어. 왕의 손목은 씻은 듯이 나았고 모두 말을 잃었지. 그 와중에 왕만 냉정할 뿐이었어. 왕은 쓰러진 혀니를 직접 안아들었어.
그리고 혀니의 능력을 본 신관의 목을 베라고 명하며 이 모든 것을 함구하라고 해. 그리고 다른 무사들과 함께 혀니를 데리고 유유히 궁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혀니가 눈을 뜬 건 궁안의 어느 방에서였지. 낯선 곳에서 눈을 뜬 탓에 혀니가 경계심이 드는 것은 당연했고 혀니가 눈을 뜨자 그 소식은 왕에게 전해졌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왕 즉, 여리는 고민에 빠졌어.
신성력을 썼다는 건 분명히 혀니가 신의 사자라는 의미인데 과연 이것이 자신에게 좋은 패로 작용할지 고민이 되는 거야. 살려야 하나. 괜히 살렸다가 제사장 쪽에게 혀니를 빼앗기기라도하면 골치 아파지는 거지. 혀니를 만난 그 날, 제 기에 눌려 벌벌 떠는
혀니의 모습도 탐탁치 않았어. 사내 자식이 제 주장도 펴지 못하고 벌벌 떠니 그걸 어디다 쓸까. 궁 안에 꽁꽁 숨겨두고 사람들과의 왕래를 차단시킬까. 그런 못된 생각을 하니 여리의 표정에도 스멀스멀 묻어났지.
어쨌든 눈을 떴다니 그 얼굴이나 들여다보자 싶어서 여리가 혀니가 있는 궁으로 향했어. 혀니는 이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창 밖으로 보이는 궁의 모습에 감탄했어. 꿈 속에서 보았던 황금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궁. 세세한 문양, 장식에서도 빛이 났어.
혀니가 궁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여리는 혀니가 있는 방 앞에 도착했지. 그리고 혀니에게 고하려는 궁녀를 막고 갑작스레 방 안으로 들어갔어. 갑작스러운 상황에 혀니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한 탓이었지. 여리가 갑자기 방안으로 들이닥치자 혀니는 놀랄 수
밖에 없었어. 신전에서 보았던 제 손목을 가른 미친놈이 보였으니까. 게다가 그 미친놈은 누가 봐도 비싼 옷을 걸치고 있었어. 한 눈에 봐도 나 고귀한 신분이라고 써붙인 꼴이었지. 여리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혀니의 멍청한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여리의 표정이 굳어지자 여리와 함께 들어온 내관들이 혀니를 꿇어앉혔어. 왕께 예의를 갖추라는 말에 그제야 여리가 왕임을 깨달은 혀니였지. 혀니가 바닥에 엎드리자 여리가 쯧 하고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어. 그리고 말했지.
"앞으로는 이곳에서 지내야 할 것이오. 필요한 게 있으면 무엇이든지 말하라."
그렇게 말하고는 더는 있기 싫다는 듯 여리가 방을 나왔어. 여리가 나간 후에야 혀니는 일어날 수 있었지. 미친놈의 눈에 안 띄게 죽은 듯 살아야겠구나 다짐하며.
그리고 혀니는 의외로 궁생활에 적응을 빨리 했어. 이미 나라 전체에 혀니가 신의 사자라는 것이 널리 알려졌고 왕인 여리는 공식적으로 궁에서 신의 사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홍보했지. 신성이 강한 나라이다보니 궁안의 사람들도 혀니에 대해 경외심을 가졌어.
그러다보니 궁안의 사람들도 혀니에 대해 호의적으로 대했고 혀니의 궁생활도 편해질 수밖에 없었지. 처음에는 제 방안에만 있던 혀니도 슬슬 궁생활이 편해지니까 궁도 조금씩 돌아다녔고. 그러다가 발견한 서고에서 책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지.
혀니에겐 이곳이 무릉도원이나 다름 없었어. 놀고 먹으면서 좋아하는 책도 마음껏 볼 수 있고. 그리고 미친 왕(=여리)는 의외로 혀니에게 관심이 없어서 귀찮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혀니의 경계심도 풀어졌지. 그러다가 일이 터졌어.
날이 갈수록 혀니에 대한 백성들의 관심은 높아져만갔고 혀니를 빼앗긴 제사장 측에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었어. 어떻게든 혀니와 접점을 만들어서 만나기라도 해야 후일을 도모할텐데 왕은 혀니를 만나기 위한 모든 사람들을 통제했거든. 골머리를 썩던 제사장파는
묘안을 하나 생각해냈어. 마침 풍년을 위한 제사를 지내야하는데 혀니가 신의 사자로 참석하는 것이었지. 그리고 제사장측에서 보낸 서신을 확인한 여리는 대번에 코웃음 쳤어.
"제사장이 애가 타긴 한 모양이야."
뻔히 혀니를 만나기 위한 자리라는 게 눈에
보여서 여리의 마음도 비뚫어졌어. 그리고 자신이 방치하듯 내버려둔 혀니를 떠올렸지.
"그 치가 요즘은 무얼한다든?"
신의 사자를 감히 치라고 일컫는 여리의 행동에 모두 몸둘 바를 몰랐지만 여리는 신경쓰지 않았어. 여리의 측근이 혀니의 일상에 대해
낱낱히 고하자 여리는 자리에서 일어났어. 제 앞에서 벌벌 떨던 혀니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고 제사장 측과 접선해선 안되니까 엄포를 놓기 위해서였지. 그리고 왕이 혀니에게 가니 미리 준비하기 위해 소식을 전하기 위해 뛰어가는 내관을 여리가 막았어.
"사냥에는 기습이 우선이 아니더냐. 굳이 내가 간다는 것을 알려 마음의 준비라도 하면 흥이 떨어지지 않겠나."
여리의 중얼거림에 모두 혀니를 불쌍하게 여겨야했어.
+)
혀니는 여리에 대한 정보를 자신에게 배정된 상궁을 통해서 알 수 있었어. 역사상 가장 왕권이 강하고 나라 안으로는 민생을 안정시키고 나라밖으로는 무역을 활성화시켜 금을 모은 왕. 백성들은 모두 여리를 칭송했고 신하들은 무서워했지.
혀니에게 왕은 미친왕이었어. 제 손목을 긋고 낫게 해보라던 여리의 모습은 광인과 같았거든. 근데 의외의 평가에 놀랐지.
"광인은 아니었나보네."
"광인이라니! 설마 폐하를 칭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상궁의 타박에 혀니는 입을 다물었어.
"목숨이 두 개가 아니고서야 설마 짐을 향해 그리 불경한 언사를 하였겠느냐? 아니 그런가, 그대."
그리고 불쑥 들이닥친 여리에 상궁이 엎드렸고 혀니는 놀란 가슴을 가다듬고 여리를 바라보았어.
"그렇습니다. 폐하를 가리킨 말은 아니었습니다."
이것봐라. 밖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여리는 혀니가 거짓말을 하는 걸 알고있었는데 혀니가 눈 하나 깜빡 안 했어. 그러나 태연해 보이는 안색과는 달리 혀니의 손이 벌벌 떨리고 있었지. 혀니의 떨리는 손을 알아챈 여리가 한 번은 봐주기로 했어.
여리가 의자에 앉으며 혀니를 바라보았어. 그리고 대뜸 말을 꺼냈지.
"그래, 궁의 생활은 어떻소?"
"폐하의 은덕으로 모든 것이 편안합니다."
여리가 자신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빛 때문인지, 그냥 묻는 질문들도 다 자신을 향한 시험 같았어.
잔뜩 긴장한 모습이 사냥 직전의 토끼 같아 여리가 피식 웃었어.
"제사장이 그대와의 만남을 청했소."
여리의 본론에 혀니는 눈만 깜빡였어. 마치 왜 제사장이 자신과 만나길 원하는지 모르는 눈치였지.
"신의 사자로 온 그대가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올리길 청하더군."
"풍년제를 치르면 꼭 그날 비가 온다지."
"그렇... 습니까."
"그대가 어떤 비를 내릴지 참 기대가 되는군. 올해는 대풍년이길."
마치 네가 비를 내리지 못하면 죽이겠다는 모습이었어.
왕이 물러가고 나서 혀니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참고 있던 숨을 몰아쉬었어. 왜 왕이 자신을 싫어하는지, 자신을 향한 살기를 감추지 않는지 몰랐어. 아무도 혀니에게 그 이유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았거든. 마치 금기처럼.
풍년제 전까지 혀니는 궁의 예법을 배우랴 제사절차를 배우랴 정신없었어. 여리가 신전측과 혀니가 만나는 것을 차단하는 바람에 제사절차도 여리의 측근이 보는 앞에서 배울 수 있게 됐어. 사실 혀니가 제사에 특별히 하는 것은 없었고 교육시간은 짧았지.
풍년제 날은 금세 다가왔고, 신관들의 제례복이 흰색인 것과는 달리 혀니에게는 황족, 그것도 황제와 황후, 황자들에게만 주어지는 금색의 비단이 내려졌어. 혀니가 신전측의 사람이 아닌 황제에게 속한 사람이라는 의미였지.
그것은 신전측을 견제한 여리 과시였어. 그 사실은 혀니빼고 모두가 알았지. 궁에서 나와 제단으로 향하는 길에는 도성의 모든 백성이 나와있었어. 여리와 혀니를 보기 위함이었지. 혀니는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높은 꽃가마를 타야했지.
백성들 모두가 혀니를 향해 축복을 바라고 있었어. 혀니가 제단에 오르고 한 쪽에서는 제사장이 제를 올렸어. 신을 향한 제물들이 불에 타고 졔사장의 기도는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어. 비는 커녕 구름조차 없었지.
백성들은 크게 동요했어. 비가 내리지 않으니 신이 노여워하는 것은 아닌지 혀니가 신의 사자가 맞는지 의심하는 소리가 높아졌어. 둥둥둥둥. 울리는 북소리에 혀니가 맑은 하늘을 바라보았지. 그리고 여리와 눈이 마주쳤어. 비를 내려보아라.
여리는 입모양으로 혀니에게 그리 말했어. 비를 내릴 수 있을까. 웅성거리는 군중 앞에 선 혀니가 불길이 거세지는 제물을 바라보았어. 그리고 거짓말처럼 혀니의 이마에 물방울이 똑 떨어졌어. 마른 하늘이었는데, 그 물방울을 시작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
*
개인적인 사정상 전남친 복수하는 혀니썰은 한 주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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