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헌군주제 찬백 -2-
: 대통령 찬열 x 대군 백현
- 리라프랑
대군 현이가 결혼승낙을 하면서 다음날 온갖 뉴스며 신문이며 총리와 대군의 결혼기사가 대대적으로 나와. 축하를 해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편으론 두 사람이 함께 한 시간이 길기 때문에 일부러 결혼을 하기 위해서 무리하게 법안을 통과시킨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어. 그리고 종교단체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을 하기 시작하지. 무엇보다 모범이 되어야 할 공인 총리와 왕실의 대군이 결혼이라니. 그것도 동성애라니. 말이 안 된다고 엄청난 반대를 하기 시작해. 이미 정부와 왕실에서 모든 허락이 떨어졌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멘붕이 왔어. 그동안 왕비가 혀니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를 기삿거리로 내는 바람에 여전히 현이에 대한 시선이 곱지 못한 사람도 많은데 왜 대군이냐는 말까지 나와.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막상 반대가 많으니 두 사람 모두 심란하기만 해. 결혼 준비는 되어가고 있기만 한데 좀처럼 한번 과열된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질 않아. 그래서 열이는 기자회견을 준비해. 현이에겐 말하지 않고 혼자서만 단독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열이는 긴장한 표정을 하고서 자리에 앉았어. 연예인도 아닌 정치인과 왕실의 대군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기자회견장엔 남는 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기자들이 모였고 또 뉴스 생중계 때문에 방송국에서도 다 나왔어. 앞을 보던 열이가 긴장한 듯 숨을 고르다가 입을 떼. 두 사람이 결혼하기 위해 임의로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시선이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단순히 '결혼'을 하기 위해서라면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다른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오랜 시간 한 남자를 마음에 품고 있었다보니 이 땅에서 좋지 않은 시선을 많이 받고 있는 성소수자들이 걱정이 되었다. 진실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단지 법이 허락치 않아서 되지 않는 다는 것이 요즘 외치는 평등과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열이가 말을 해. 장내는 열이가 하는 말을 모두 기사로 옮겨 쓰고 사진을 찍느라 조용했어. 먼저 입장을 밝힌 열이가 질의응답을 한다고 하니 온갖 질문들이 쏟아져. 그럼 대군과의 결혼은 조금 미루고 이 법안이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리면 되지 않았냐는 질문이었어. 열이는 만약 법안을 통과시킨 사람이 어떤 형태로든 보여주는 것이 없다면 이 법안이 어떻게 자리를 잡겠냐며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떠한 파장이 있더라도 먼저 이 법안을 이용할 수 있어야 했고, 그 상대가 오래도록 마음에 품은 대군이라는 것 밖에는 없다는 말을 해. 실시간으로 뉴스며 기사에 열이가 말하는 것들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다시 판세는 기울어져. 총리가 멋있다고, 어쩜 저렇게 한 사람만 바라볼 수 있냐는 거지. 이 시대의 로맨티스트라는 타이틀이 붙은 날이 되는 거였어.
기자회견을 하는 줄도 몰랐던 현이는 재단에서 후원하는 아이들을 만나고 있던 중이었어. 그중 한 아이가 총리님 티비에 나오신대요! 하면서 얼결에 같이 보게 되는 거야. 마지막에 오래도록 마음에 품은 대군이라고 할 때에는 열이 말끝이 조금 떨렸던 것 같기도 해. 멍하니 티비를 보고 있는데 아이들 중 한명이 오더니 현이 옷자락을 살짝 잡아. 현이가 아이를 쳐다보면 손에 작게 포장된 선물을 줘. 저희는 다 알고 있었어요! 하면서 결혼 축하 선물이라고 건네줘. 선물을 받으면서 아이들의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포장을 열었는데 어떻게 구해온 것인지 작은 미니어처 사이즈의 원앙 한 쌍을 넣어뒀어. 선생님한테 물어봤는데 이런 게 좋다고 하셨어요. 라는 아이는 비뚤삐뚤 하지만 편지도 썼어. 애기 마음이 이뻐서 고맙다고 인사도 해주고 엄마미소 지으면서 보다가 어느새 울리는 휴대폰에 액정을 쳐다봐. 봤어? 전화를 받자마자 물어보는 질문에 현이가 살짝 웃고는 대답을 해. 봤어, 멋있었어. 현이의 목소리에 더 들뜬 열이가 결혼식 장소까지 바뒀다며 아이들 다 보고 만나자고 하지.
그런데 의외로 만나기로 한 장소는 현이가 있는 궁이었어. 별 의심 없이 궁에서 저녁이나 먹자는 열이의 말에 두 사람은 왕실 사람들이 다 모여 있는 자리에서 처음으로 같이 모습을 드러내. 저녁까지 모두 먹고선 후식으로 나온 다과를 먹고 있었어. 열이의 존재가 어색할 법도 한데 제법 분위기도 풀어지고 열이는 준비했던 말을 현이에게 해. 결혼식 장소 말인데, 궁에서 하는 건 어때? 차를 마시던 현이가 찻잔을 내려놓고 열이를 쳐다보면 왕과 왕비는 이미 들었던 이야기인 건지 고개만 끄덕거려. 궁에서 한복입고 사람들도 많이 불러서 하자. 왕도 이미 궁에서 결혼하길 허락했다고 말을 해. 이미 저만 빼고 모두 동의했다는데 싫을 건 또 뭐야. 어차피 결혼하면 궁에서 나와 살아야 하는 거 결혼도 궁에서 하고 아주 예쁘게 지어진 별채에서 첫날밤도 보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슬쩍 미소 짓고 고개를 끄덕거리면 바로 여기저기 손을 봐야겠다고 호들갑을 떨어. 그 이후로 결혼식 준비는 아주 순조롭게 진행이 돼. 여전히 논란일 것만 같았던 여론의 반응도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고, 무엇보다도 현이의 사진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이 찍혀 돌아다니면서 총리와 잘 어울린다고 난리였어. 이젠 웬만한 연예인 커플보다 더 화재가 되고 있어. 기자회견의 총리의 발언을 시작으로 팔불출이라는 둥 대군이 다 예쁘장하게 생겨서 그렇다는 둥 가는 곳마다 관심의 대상이야. 오히려 뜨거워진 관심에 전처럼 마음 놓고 데이트를 못하는 건 좀 섭섭해졌어.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을 무렵 두 사람은 웨딩촬영을 하게 돼. 턱시도도 입고 캐주얼한 옷을 커플로 맞춰 입고 사진을 찍었는데 다 한컷 순백색의 고운 두루마기를 입은 현이 앞으로 맨발을 한 열이가 몸의 실루엣이 드러나도록 저고리와 바지만 입고서 살짝 카메라를 등지고 섰어. 그리고 파스텔톤의 들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현이 쪽으로 내밀고 있는 거야. 현이는 웃으면서 열이를 보고 있고 손은 꽃다발에 닿기 직전이야. 왕실에서 보도자료로 뿌린 사진 중에 이 사진이 같이 있었는데 난리가 났어. 대군과 총리라는 위치답게 너무 아름답게 나왔거든.
드디어 결혼식 하는 날이 되었어. 이날은 궁을 개방해서 미리 신청을 받았던 사람들은 와서 볼 수도 있게 하고 왕실을 행사이니만큼 티비로 생중계까지 해줘. 식이 시작되기 전에 기자들만 모인 장소에서 간단한 기자회견도 하고 현이는 대기실에서 기다려. 진짜 저가 여자가 된 것도 아닌데 왠지 기분이 이상해. 다른 사람들의 결혼식처럼 따로 입장이 아니라 동반입장을 하기로 했었고 시간은 다가오는데 점점 초조하기만 했어. 정확하게는 열이한테 물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어떻게 했는지 저를 깎아내리는 기사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요즘은 행복하기만 해서 무언가 불안하기도 해. 막상 결혼을 하려고 하니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스쳐가기만 하는 거야. 거기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본 적도 없으니 그 떨림은 더했어. 이런 현이를 알아챘는지 열이가 가까이 다가와 손을 꼭 잡아줘. 걱정돼? 열이가 물어보면 현이는 사실대로 고개를 끄덕여. 조금, 걱정돼. 현이가 어떤 뜻으로 하는 말인지 열이가 모르는 것이 아니니 현이를 꼭 안아줘. 행복하게 해준다고는 못해. 그래도 믿을 수 있게 해줄게. 열이가 등을 토닥거리면 현이도 허리를 끌어안고는 다시 고개를 끄덕거려. 시간이 되고 열이랑 현이가 나란히 결혼식장에 모습을 드러냈어. 조용히 기다리던 사람들이 두 사람을 보고 축하한다고 한마디씩 해줘. 그걸 본 현이가 긴장이 풀리는지 예쁘게 웃으면서 인사를 해주고 열이도 그런 현이를 보며 꿀 떨어지는 눈으로 계속 쳐다보고 있어. 열이의 평소 이미지는 차가운 귀족의 남자였거든. 그래서 여자들이 열이는 잘생겼지만 함부로 다가가기 힘든 그런 이미지가 강하다고 했었는데 오늘 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야. 정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저런 눈빛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 박총리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어쩜 대군 앞에선 다 풀어진 표정 하고 있냐고 멋있다고 난리야. 기사가 떴을 때만 해도 총리랑 대군? 어울릴까.. 하던 사람들이 웨딩사진이 뜨자마자 너무 잘 어울린다고 대군 그렇게 안 봤는데 존예라고 난리가 났어. 한 번도 공식석상에 제대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서 그냥 평범한 인상의 남자인 줄로만 알았거든. 나란히 입장하는 모습에 박수도 쳐주고 축하한다는 말도 했는데 단상 가까이 가니 현이가 맡고 있는 재단에서 후원하는 꼬맹이들이 나와 꽃가루를 뿌려줘. 이 아이들은 나이가 유치원생 정도 되는데 현이한테 대군이라고 안 부르고 선생님이라고 부르거든. 선생니임- 하고 부르면서 축하를 해주면 현이가 아이들을 꼭 안아다가 고맙다고 해줘. 그렇게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곳에서 결혼식을 진행한 총리와 대군이 저녁이 다 되어서야 일정이 종료가 돼.
신혼여행은 바로 가지 않고 이틀 후에 가기로 되어 있어서 궁 안에 별채에서 먼저 지내기로 했어. 별채는 오직 총리와 대군을 위해서 쓰이기 위해 다시 실내를 꾸몄어. 이틀만 지낼 거지만 되도록이면 안에서 나오지 않아도 될 만큼 모든 게 갖춰졌으면 좋겠다는(..) 열이의 요청에 진짜 밖으로 나오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모든 게 완벽한 공간이 되었어. 거기다 비상시 연락할 수 있는 휴대폰만 빼고는 비서나 내관이 동행하지 않기로 했어. 궁안의 별채니까 보안도 따로 신경 쓸 필요도 없어서 최대한 안전거리만 유지할 수 있는 쪽에 경호원들이 있고 그 외엔 두 사람이 전혀 방해받지 않아도 되었어. 이 사실을 현이도 모두 알고 있었지만 막상 공간에 단 둘만 있게 되니까 뭔가 기분이 더 이상해. 뒷정리를 하느라 열이보다 조금 늦게 별채에 도착한 현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열이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별채 안에 방으로 문을 열고 보면 열이가 본식에서 입었던 예복을 벗고 셔츠만 입은 채로 단추 두개는 풀려있고 팔도 걷고서 서 있어. 손에는 웨딩사진 촬영했을 때 보았던 비슷한 꽃다발이 들려있어. 문을 연 자리에서 가만히 서 있는 현이에게 다가가 손목을 잡고 아까 서 있던 자리로 데리고 와서 마주보고 섰어. 들고 있던 꽃다발을 현이에게 건네주고 열이가 웃어. 이제 진짜 결혼식이야. 양 손에 꽃다발을 쥐어주고 가지런히 모인 손을 열이가 두 손으로 다시 감쌌어. 고마워, 결혼한다고 해줘서. 열이가 낮게 말을 이어가면 현이가 살짝 미소지어. 나도 고마워. 내 곁에 있어줘서. 현이의 말에 열이가 가만히 눈을 쳐다봐. 둘만 있는 공간에서 이러고 있으려니 어색해진 현이가 웃으며 손을 빼려고 하는데 열이가 꽉 잡고는 놔주질 않아. 그리고 제 오른손으로 현이 왼손을 잡고 손을 쳐다봐. 심플하게 반짝이는 반지를 보더니 예쁘다, 하며 중얼거려. 반지낀 손을 보던 열이가 손을 만지작 거리며 손도 예쁘다고 해. 괜히 긴장을 한 현이가 가만히 열이의 시선을 따라 제 손을 보고 있으면 그걸 본 열이가 다시 웃어. 너도. -응? - 너도 예쁘다고. 열이의 말에 놀라서 시선을 마주하면 손을 잡고 있던 열이의 손이 어느새 현이의 볼을 감싸고 있어. 그리고 이젠 말없이 얼굴을 가까이 하곤 키스를 해. 입술이 살짝 닿으면 꽃다발을 들고 있던 손으로 목을 감싸고 조금 더 안겨와.
+)
이번에도 마무리는 덜 되어서 다음주에 또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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