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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61126 : 앨리스 : 첫 눈

* 오랜만에 참여하는 찬백호 입니다 8ㅁ8

* 엑소의 첫 눈 가사를 딴 짧은 글입니다.

* 혹시 BGM을 원하신다면 첫 눈 추천해드려요!

 

 

 

 

W. Alice

 

 

 

 

 

 

 약속 때문에 나간 밖은 하얗게 변해 순백의 아름다움을 보이고 있었다. , 첫눈이네. 혼자 중얼거린 말. 고요하고 고요한 순백의 도시.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밖은 이상하게도 너를 생각나게 했다. 핸드폰을 들어 지우지 못한 네 번호를 보다, 한숨을 내쉬고 홀드 키를 눌러 화면을 끄고.

 

 

 지우지 못한 번호, 지우지 못한 사진. 미련만 가득하게 남아있는 내 핸드폰은 너를 아직 담고 있지만 우리가 헤어진지는 벌써 일 년, 365. 그 사이 나는 혼자였고 널 그려. 쓸쓸하다는 생각이 잠깐. 작년의 우리는 첫 눈 오는 날. 헤어져서 이상하게 오늘 나는 잊고 싶어 했던 너를 다시 꺼내.

 

 

 해리포터라, 영화를 보자던 약속이어서 간 영화관에서 친구에게 온 연락, 미안 나 오늘 갑자기 교수님이 불러서 못 갈 듯. 논문? 이라는 문자에 그렇다고 대답해서 쓰게 웃으면서 수고. 라고 보낸 답장.

 

 

 왔으니 영화나 봐야지, 라는 생각에 개봉한 영화들을 하나하나 보다가 눈에 들어온 건 해리포터의 스핀오프. 20분 뒤 영화라 콜라만 사서 시간을 기다리다가 문득 생각난 시리즈 중 하나.

 

 

아즈카반의 죄수였나. 타임터너라는 것이 있었던 거 같은데,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시간 워프를 가능하게 했던 도구가 있었던 것 같아 그게 나한테 있으면 나는 무었을 할까. 라는 이상한 생각.

 

 

일 년 전 지금으로 만약 시간을 돌린다면, 나는 날 떠나는 너를 잡았을까? 라는 고민. 만약 너를 잡았다면 우리는 오늘 같이 있었을까? 그럼 우리는 일 년 전 우리처럼 행복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 난 만약 내가 타임터너를 가지고 있었다면 돌렸을까?

 

 

내게 묻는 바보 같은 질문들에 쓰게 짓는 웃음. 아니, 나는 그러지 못했을걸. 나는 너무나 어리석게도 그럴 수 있는 용기가 없으니까. 내 스스로 낸 대답. 그래 나는 용기 없는 바보라, 널 다시 잡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을 돌린다 해도 나는, 그때의 나와 같은 선택을 할 테니.

 

 

그래도 만약 내가 그 타임터너를 가지고 있다면 널 보자마자 울지도. 뚝뚝, 떨어지는 내 눈물에 넌 당황하지 않을까. 왜 울어? 라고 다정하게 물어봐주지 않을까. 울기만 할 뿐, 아무 말도 못하는 내게 울지 말라고 다독여주지 않을까? 그러면 나는 어쩌면 그렇게 말할지도.

 

 

 

안녕 메리 크리스마스. 백현아. 잘 지냈어?

 

 

 

감정에 휘둘려 말을 내뱉을 것 같은 기분. 그런 날 보고 넌 배시시 웃어줄 거 같아. 포근한 웃음.

 

 

그 웃음을 보면 나는 견딜 수 있을까? 널 보내고 미련과 후회로 멍들고 찢어진 내 심장이 다시 붉은 피로 가득 차 너의 모든 걸 내 가슴에 담을 수 있을까? 미련이 남은 이유는 어쩌면 잘해주지 못한 과거의 내 행동 때문일지도, 그래서 후회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결론.

 

 

가슴에 널 다시 담는다면 나는 너에게 다시 잘 해줄까? 미련 없이 후회 없이 훗날 널 보내줄 때 그런 감정으로 보내줄 수 있을까?

 

 

두 시간 가량의 러닝타임. 그 두 시간 동안 영화에 집중한 시간은 10분 정도? 네가 떠올라 후회만 가득한 내 마음이 너무 아파서.

 

 

터덜터덜, 네온사인 불빛이 가득한 거리, 모두들 첫눈이 온 오늘을 기념이라도 하는 듯 거리에는 수많은 연인들이 손을 잡고 웃으면서. 행복해 보이는 웃음을 짓는데 네가 생각나서 작년의 우리가 생각이 나서 웃을 수 없는 나는, 혼자서 울며 걸어.

 

 

그 때의 나는 무슨 자신감으로 네가 내 옆에 영원히 함께 있어줄 거라 생각했을까. 멍청힌 내 모습이 가게 쇼윈도 위로 비치면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어.

 

 

 

 

미안해. 백현아. 내가 너무 미안해.

 

 

 

주변의 모두는 항상 말했어. 너는 후회할지도 몰라. 원래 모든 것들이 다 지나고 나면 그 지난 기억들이 너무 소중해서 넌, 넌 아파할지도 몰라. 너의 과거를 부여잡고 울면서 후회할지도 몰라. 그 때는 몰랐던 이야기. 그리고 지금이 되어서야 깨달은 이 이야기들을 후회해 봤자. 이미 지난 일이라는 걸 알지만. 혹시 그 때로 돌아 갈수만 있다면 네게 해 주고 싶은 말.

 

 

 

 

사랑해.

 

 

 

 

혹시 네가 돌아온다면 지금은 안 그럴 거라는 그 말 한 마디.

 

 

거세지는 눈발 그렇지만 포근한 기분에 천천히 걸으면 내 눈 앞에 있는 광장의 크리스마스트리. 반짝 반짝 빛나는 트리장식들이 또 너와 함께 했던 그 때 그 날을 기억나게 해서. 그 모습이 눈물 나도록 아름다워서.

 

 

번져가는 불빛들이 눈 때문일까. 내 눈물 때문일까. 번져오는 모습이 널 보는 거 같아서. 하얀 눈송이가 부옇게 번져 눈앞을 가로막으면 살며시 눈을 감고 크리스마스, 그 때의 우리를 다시 생각하고. 또 내 눈 앞은 내 눈물로 번져 바보같이.

 

 

오늘 너를 생각하면서 하루 종일 울고 웃고 후회하고 아파하고. 네 생각만으로 나는 이렇게 미련 가득한 눈물을 흘리고 있고.

 

 

염치없는 거 알지만 내 안에 있는 미련이, 후회가 가득 차서 너에게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 나를 다시 받아 달라 무릎을 꿇을 수도 있어. 내 모든 것을 잃는다면 내가 어쩌면 네 옆에 다시 설 수 있을지도 몰라. 라는 어쩌면이라는 터무니없는 확률이라고 해도 나는 내 모든 것을 잃을 자신도 있어. 모든 것이 다 사라진다고 해도 나는. 이라는 후회 섞인 말들.

 

 

아침에 열어본 전화번호부를 다시 열어 확인하는 네 번호.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있는 네 번호.

 

 

헤어지고 나서, 수십 번을 누르고 지우고를 반복했던 무의미한 행동들. 오늘도 바보같이 번호를 누르고 지우고를 반복하고.

 

 

그 때 울리는 전화기. 확인하고. 커진 내 눈은, 그리고 익숙한 방향으로 틀어 달려가는 내 발은.

 

 

낯익은 번호. 낯익은 이름. 내용은.

 

 

 

 

 

[오늘 첫 눈이 오더라. 그냥 네 생각이 나서 문자해. 잘 지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