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참여하는 찬백호 입니다 8ㅁ8
* 엑소의 첫 눈 가사를 딴 짧은 글입니다.
* 혹시 BGM을 원하신다면 첫 눈 추천해드려요!
W. Alice
약속 때문에 나간 밖은 하얗게 변해 순백의 아름다움을 보이고 있었다. 아, 첫눈이네. 혼자 중얼거린 말. 고요하고 고요한 순백의 도시.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밖은 이상하게도 너를 생각나게 했다. 핸드폰을 들어 지우지 못한 네 번호를 보다, 한숨을 내쉬고 홀드 키를 눌러 화면을 끄고.
지우지 못한 번호, 지우지 못한 사진. 미련만 가득하게 남아있는 내 핸드폰은 너를 아직 담고 있지만 우리가 헤어진지는 벌써 일 년, 365일. 그 사이 나는 혼자였고 널 그려. 쓸쓸하다는 생각이 잠깐. 작년의 우리는 첫 눈 오는 날. 헤어져서 이상하게 오늘 나는 잊고 싶어 했던 너를 다시 꺼내.
해리포터라, 영화를 보자던 약속이어서 간 영화관에서 친구에게 온 연락, 미안 나 오늘 갑자기 교수님이 불러서 못 갈 듯. 논문? 이라는 문자에 그렇다고 대답해서 쓰게 웃으면서 수고. 라고 보낸 답장.
왔으니 영화나 봐야지, 라는 생각에 개봉한 영화들을 하나하나 보다가 눈에 들어온 건 해리포터의 스핀오프. 20분 뒤 영화라 콜라만 사서 시간을 기다리다가 문득 생각난 시리즈 중 하나.
아즈카반의 죄수였나. 타임터너라는 것이 있었던 거 같은데, 해리와 헤르미온느가 시간 워프를 가능하게 했던 도구가 있었던 것 같아 그게 나한테 있으면 나는 무었을 할까. 라는 이상한 생각.
일 년 전 지금으로 만약 시간을 돌린다면, 나는 날 떠나는 너를 잡았을까? 라는 고민. 만약 너를 잡았다면 우리는 오늘 같이 있었을까? 그럼 우리는 일 년 전 우리처럼 행복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 난 만약 내가 타임터너를 가지고 있었다면 돌렸을까?
내게 묻는 바보 같은 질문들에 쓰게 짓는 웃음. 아니, 나는 그러지 못했을걸. 나는 너무나 어리석게도 그럴 수 있는 용기가 없으니까. 내 스스로 낸 대답. 그래 나는 용기 없는 바보라, 널 다시 잡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을 돌린다 해도 나는, 그때의 나와 같은 선택을 할 테니.
그래도 만약 내가 그 타임터너를 가지고 있다면 널 보자마자 울지도. 뚝뚝, 떨어지는 내 눈물에 넌 당황하지 않을까. 왜 울어? 라고 다정하게 물어봐주지 않을까. 울기만 할 뿐, 아무 말도 못하는 내게 울지 말라고 다독여주지 않을까? 그러면 나는 어쩌면 그렇게 말할지도.
안녕 메리 크리스마스. 백현아. 잘 지냈어?
감정에 휘둘려 말을 내뱉을 것 같은 기분. 그런 날 보고 넌 배시시 웃어줄 거 같아. 포근한 웃음.
그 웃음을 보면 나는 견딜 수 있을까? 널 보내고 미련과 후회로 멍들고 찢어진 내 심장이 다시 붉은 피로 가득 차 너의 모든 걸 내 가슴에 담을 수 있을까? 미련이 남은 이유는 어쩌면 잘해주지 못한 과거의 내 행동 때문일지도, 그래서 후회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결론.
가슴에 널 다시 담는다면 나는 너에게 다시 잘 해줄까? 미련 없이 후회 없이 훗날 널 보내줄 때 그런 감정으로 보내줄 수 있을까?
두 시간 가량의 러닝타임. 그 두 시간 동안 영화에 집중한 시간은 10분 정도? 네가 떠올라 후회만 가득한 내 마음이 너무 아파서.
터덜터덜, 네온사인 불빛이 가득한 거리, 모두들 첫눈이 온 오늘을 기념이라도 하는 듯 거리에는 수많은 연인들이 손을 잡고 웃으면서. 행복해 보이는 웃음을 짓는데 네가 생각나서 작년의 우리가 생각이 나서 웃을 수 없는 나는, 혼자서 울며 걸어.
그 때의 나는 무슨 자신감으로 네가 내 옆에 영원히 함께 있어줄 거라 생각했을까. 멍청힌 내 모습이 가게 쇼윈도 위로 비치면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없어.
미안해. 백현아. 내가 너무 미안해.
주변의 모두는 항상 말했어. 너는 후회할지도 몰라. 원래 모든 것들이 다 지나고 나면 그 지난 기억들이 너무 소중해서 넌, 넌 아파할지도 몰라. 너의 과거를 부여잡고 울면서 후회할지도 몰라. 그 때는 몰랐던 이야기. 그리고 지금이 되어서야 깨달은 이 이야기들을 후회해 봤자. 이미 지난 일이라는 걸 알지만. 혹시 그 때로 돌아 갈수만 있다면 네게 해 주고 싶은 말.
사랑해.
혹시 네가 돌아온다면 지금은 안 그럴 거라는 그 말 한 마디.
거세지는 눈발 그렇지만 포근한 기분에 천천히 걸으면 내 눈 앞에 있는 광장의 크리스마스트리. 반짝 반짝 빛나는 트리장식들이 또 너와 함께 했던 그 때 그 날을 기억나게 해서. 그 모습이 눈물 나도록 아름다워서.
번져가는 불빛들이 눈 때문일까. 내 눈물 때문일까. 번져오는 모습이 널 보는 거 같아서. 하얀 눈송이가 부옇게 번져 눈앞을 가로막으면 살며시 눈을 감고 크리스마스, 그 때의 우리를 다시 생각하고. 또 내 눈 앞은 내 눈물로 번져 바보같이.
오늘 너를 생각하면서 하루 종일 울고 웃고 후회하고 아파하고. 네 생각만으로 나는 이렇게 미련 가득한 눈물을 흘리고 있고.
염치없는 거 알지만 내 안에 있는 미련이, 후회가 가득 차서 너에게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 나를 다시 받아 달라 무릎을 꿇을 수도 있어. 내 모든 것을 잃는다면 내가 어쩌면 네 옆에 다시 설 수 있을지도 몰라. 라는 ‘어쩌면’ 이라는 터무니없는 확률이라고 해도 나는 내 모든 것을 잃을 자신도 있어. 모든 것이 다 사라진다고 해도 나는. 이라는 후회 섞인 말들.
아침에 열어본 전화번호부를 다시 열어 확인하는 네 번호.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있는 네 번호.
헤어지고 나서, 수십 번을 누르고 지우고를 반복했던 무의미한 행동들. 오늘도 바보같이 번호를 누르고 지우고를 반복하고.
그 때 울리는 전화기. 확인하고. 커진 내 눈은, 그리고 익숙한 방향으로 틀어 달려가는 내 발은.
낯익은 번호. 낯익은 이름. 내용은.
[오늘 첫 눈이 오더라. 그냥 네 생각이 나서 문자해. 잘 지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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